사진 캠페인

[AP신문=하민지 기자] 광고에서 여성은 육아ㆍ가사 노동을 하는 사람, 상품을 설명하기보다는 소비하는 사람, 상품의 기능보다는 디자인 등 미적 가치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으로 묘사되곤 한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마케팅 산업 전문지 '캠페인'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 기업의 여성 마케팅 리더들에게 광고에 나온 여성의 고정 관념 중 하나를 지운다면 무엇을 지우고 싶냐고 물었다. 8명의 리더는 다양한 답변을 내놨다.

여성은 왜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되지 않는가

국내 광고에서 상품의 기능을 전달하는 역할은 대체로 남성이 맡고 있다. 이는 여성이 기능엔 관심이 없고 소비만 함으로써 돈만 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대중 매체와 온라인 플랫폼의 광고 속 성차별ㆍ성평등을 분석하는 서울 YWCA는 지난 1월 13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여성을 소비자로만 그리는 것이 '김치녀' 현상 부추기는 일"이라 분석한 바 있다. 아태 지역 마케팅 리더 8명 중 3명이 이를 지적했다. 

'잭 몰튼&웨버 샌드윅'의 헬렌 그래니 상무이사는 "여성이 남성보다 똑똑하지 않게 나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다.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남자의 62%가 TV 광고에서 똑똑한 사람으로 묘사됐다"고 말했다.

마케팅 에이전시 VMLY&R의 트립티 로챈 공동 CEO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로챈은 "광고에서 정말 나를 지루하게 하는 건 금융 상품, 은퇴 계획, 주택 대출 광고에서 여성의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했다.

또한 "만약 여성이 (금융 상품, 은퇴 계획, 주택 대출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본다면 눈 감고 작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상품에 관한 것이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덜 똑똑한 모델로만 등장하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루퍼스의 조 맥앨리스터 상무이사는 "50세 이상 여성은 소셜 미디어에서 가장 큰 그룹 중 하나고,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광고에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광고의 경우 정보ㆍ통신 광고 모델의 60%가 남성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여성은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다

여성의 약함을 강조하지 말라는 반면, 원더우먼 같은 고정관념도 사라지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남성의 모습이 다양하듯 여성의 모습도 다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KQA의 샘 스털링 상무이사는 "여성은 보호가 필요하고, 약하고, 강해질 수 없고, 독립적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우리가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대행사 맥캔의 리우 CSO(최고 전략 책임자)는 "여성의 희생을 축하하는 걸 멈춰라. 왜냐하면 이건 여성을 속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원더우먼처럼 '여성은 강하다' 같은 고정관념이 깨지는 걸 보고 싶다는 이도 있었다. 마스터카드사의 카베리 쿨라르 마케팅 디렉터는 "우리는 초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를 열망하지 않는다. 때로 우리는 많이 우는 날도 있다"고 했다.

여성에게 원더우먼과 같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세상엔 3가지 부류가 있다. 여자, 남자, 여기자" 같은 고정관념을 다시 생산해내는 일일 수 있다. 

이는 엄마로서의 여성과 직업인으로서의 여성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여성은 어리면 약하고, 나이 들어 직업을 가지거나 엄마가 되면 강해진다는 이분법의 이미지를 만들어 여성을 그 이미지 안에 가둬놓는다.

정체된 이분법의 이미지는 여성에게 특정 성 역할을 수행해 내라고 요구하는 억압이 될 수 있다.

아태 지역 마케팅 리더들의 의견이 엇갈려 보이지만, 결국 여성의 모습을 한 가지 이미지로만 고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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