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보도,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다

가해자의 책임은 분명하게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 주의해야
성범죄는 '특별히' 나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권이민수 승인 2020.03.25 15:15 의견 0


[AP신문=권이민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민주언론실천위원회(이하 언론노조)에서 악성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보도 관련 긴급 지침을 24일 발표했다.

'N번방' 사건은 성 착취 영상물 등을 익명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ㆍ유통한 집단 성 착취 사건이다. 

여성 70여 명을 대상으로 그루밍(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행위)ㆍ신상 유포ㆍ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찍은 점과 약 26만 명의 남성이 유료 가입, 해당 대화방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기준 240만 명 동의를 얻어 역대 최단기간 최다 청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언론노조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하지 않으며 정확하고 적절한 용어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긴급 지침을 발표했다. 


1.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 생산, 경쟁적인 취재,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피해자의 얼굴,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법적 의무다. 

2.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목으로 달지 않는다

장소나 구체적인 행위 등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제목으로 관심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내용에서도 충격이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범죄행위를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묘사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범죄사실 그 자체이며 세부 묘사는 사건 이해에 불필요하다.

3.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성 고유의 성적 충동’ 등의 표현으로 남성이 본능을 억제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어선 안 된다.

'몹쓸 짓', '검은 손' 등 가해행위에 대한 모호한 표현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 문제를 가볍게 인식되게 하거나, 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하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4.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성 노리개', '씻을 수 없는 상처' 등의 표현을 쓰지 않는다.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같이 성폭력 피해를 '순결이 훼손된 일, 또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치스러운 일'로 잘못 인식시키는 표현을 쓰면 안된다.

'성 노리개'라는 표현은 인간인 피해자를 물건 취급함으로써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없게 한다.

5.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런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특정 대상을 분리해 자신과 다른 존재로 보는 것)하여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다.

6.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기나 기술을 매개로 온ㆍ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젠더(사회ㆍ문화적으로 부여되는 성) 기반 폭력이다. '음란물 유포'쯤으로 가볍게 인식될 문제가 아니다.

'불법 촬영물'이나 '성 착취물'이 유포되는 경우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피해자 보호와 지원 과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

7.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피해를 확산한 사회구조적 문제 제기에 주목해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을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함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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