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남성 캐릭터 '충주씨', B급 감성 선 넘지 말아야

B급 감성의 버츄얼 캐릭터 충주씨
여성 혐오ㆍ백수 비하 장면 있어
지자체 콘텐츠도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야

권이민수 승인 2020.03.27 11:26 | 최종 수정 2020.03.27 11:30 의견 0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AP신문=권이민수 기자] 충쥬르! (충주와 프랑스 인삿말 '봉쥬르'의 합성어) 귀여운 수달 '충주씨'의 인사법이다.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충주시에서 만든 버츄얼 캐릭터(가상의 캐릭터) '충주씨'는 8천여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다. 충주씨가 등장한 충주 사과 홍보송 '사과하십쇼' 뮤직비디오 영상의 경우 조회 수가 20만이 넘어간다. 

그는 채널에서 홍보하는 표현 그대로 "우주 최초 충주시 수달 공무원"이기도 하다.

작년 12월 5일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농산물 통합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열린 임용식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이 직접 공무원증을 충주씨의 목에 걸어줬다.

그는 충주시청 7층 사무실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한다. 
 

조길형 충주시장이 충주씨에게 임용장을 주고 있다.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여성에게만 인사하는 충주씨

충주씨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농산물 통합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충주 사과를 홍보한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본인을 소개하는 자리다. 그런데 홍보 중인 충주씨를 향해 그의 상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한다. 

"왜 자꾸 여자들한테만 말을 걸어요?"

충주씨는 "그건(남자에게도 말을 거는 것) 쪼금 싫어요. 사실"이라 답한다. 그 후 충주씨는 마지못해 남성의 손을 잡지만 곧바로 뿌리치고 옆에 있던 여성의 손을 잡고 희희낙락한다. 

충주씨가 남성의 손은 금세 뿌리치고 여성의 손은 좋아하며 잡는다.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25일 김예리 서울YWCA 여성운동국 부장이 해당 영상을 보고 AP신문에 의견을 전했다.

'여자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통념적으로 이성간 연애를 목적으로 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상징하는 행위이며, 본 영상에서도 이러한 맥락을 개그의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행사장에서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성과 시민들을 로맨스의 대상으로 대상화하였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합니다.

또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접근하는 설정은 '남성은 여성을 밝히는 존재'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이성애 중심적 연애관을 모든 관계에 투영시키고, 이를 개그의 소재로 삼는 것이 자주 드러나는데 이는 이성애적 로맨스를 강조하고, 그 밖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영상에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설정된 존재가 공식적인 행사장에서 본분에서 벗어난 채 이성애적 관점으로 여성에게 접근하는 설정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수는 게임 좋아하면 안 되나요?

충주씨는 공무원으로 뽑히기 전에 20살 무직 청년이었다. 그는 취업 전 PC방에서 '배그(서바이벌 슈팅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즐겨했다.

그러나 영상은 그런 그를 취업하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백수로 묘사한다. 

"난 스무 살이 될 동안 뭘 했을까요? '배그'라고 흔한 백수의 자책을 해봅니다."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 충주씨에게 취업의 기회가 얼마나 적었을까? 인간에게도 좁디좁은 취업의 문을 생각할 때 충주씨가 겪어야 했던 취업난을 그저 노력 부족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

물론, 이는 수달 충주씨의 경우만 해당하진 않는다. 인간 청년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심지어 캐릭터 공무원에 도전하기 위해 시장에서 현장 조사를 하는 충주씨를 향해 한 어린이가 "으악 백수 냄새"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어린이가 정말 저 말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굳이 저 말을 자막으로 달은 편집자의 의도다. 

지자체가 무직 청년을 향해 백수 냄새가 난다고 희화하고 청년의 취업난을 청년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청년의 취업난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지금, 지자체는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26일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도 "공감하는 바"라며 "게임을 해서 실업자가 됐다는 식의 내용 등 백수 전반에 대한 폄하가 읽힌다"고 AP신문에 의견을 전했다.

 

단순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담아내야

충주씨의 탄생과 콘텐츠 제작에 함께 했던 김형석 충주시청 주무관은 충주씨가 불편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캐릭터는 캐릭터일 뿐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못 박았다. 평소 충주씨에 호감을 보이는 여성을 타깃으로 홍보하고, 지역 상권 PC방을 홍보해주려다 보니 그런 장면이 나왔다는 것이다. 

더불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계시니 저희가 더 세심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다양한 콘텐츠가 지자체를 통해 생산되는 요즘이다.

김예리 서울YWCA 부장은 ".재미를 위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시정홍보물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성인지 관점에서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체계가 마련되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성인지 감수성 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가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지자체가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있어 재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와 같은 불편한 논란이 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유튜브 '충주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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