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0 투 고 서비스 광고 촬영 현장.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AP신문=하민지ㆍ이하연 기자] 2014년에 데뷔했는데 자신을 '신인'이라 소개하는 배우가 있다.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서 주지훈(키이스트)이 분한 윤희재 변호사의 비서, 김상미 역을 연기 중인 배우 박보인(크레빅엔터테인먼트)이다.

박보인은 2014년에 아이돌 그룹 '에이데일리'로 데뷔했다. 팀 활동이 중단되고 나서는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했다. 끝까지, 끈기 있게 이 직업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했더니 올해 첫 광고와 드라마를 찍었다.

배우 박보인의 첫 광고는 삼성전자 갤럭시 S20 투 고(To go) 서비스 광고다. 친구들과 한강 나들이를 하는 발랄한 연기를 자연스레 소화하며 갤럭시 S20의 '스페이스 줌(100배 줌)' 기능을 소개한다.

미리 준비해 놨던 프로필 사진과 동영상 덕에 이번 광고에 출연하게 됐다. 자신의 철저한 준비로 광고 모델 계약이 이뤄졌지만, 박보인은 환하게 웃으며 "제가 운이 좋았어요"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광고는 아침 7시부터 새벽 4시 반까지, 온종일을 찍었다. 대기 시간에는 같이 출연한 다른 모델들과 합을 맞추고 연기 연습을 하며 다음 촬영을 기다렸다.

한강 촬영이 춥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추워서 더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며 당시 촬영 현장을 긍정적으로 회상했다.

드라마 하이에나에서도 밝은 이미지이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다. 광고에선 캐주얼한 옷을 입은 발랄한 대학생 이미지였다면, 하이에나에서는 오피스룩을 입고 똑부러지게 일하는 이미지다.

소고기 회식에 참석한 김상미 역할을 연기 중인 박보인. 사진 하이에나

다른 배우들과의 소소한 케미는 물론, 가끔은 눈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배우로서의 새 인생을 힘차게 시작하고 있는 박보인. 새벽에 하이에나 촬영장으로 출근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그를 지난 20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사진 이하연 기자

에이데일리 때 정준호 배우(STX라이언하트)와 광고를 찍은 이후, 배우가 되서는 처음 찍은 광고예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요? 삼성 갤럭시요?"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어요. 회사에서 더 축하해 주셨어요. 저희 집에서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께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첫 광고가 삼성 갤럭시라니. 운이 잘 따랐어요.

전에 다른 멤버나 선배들과 찍을 때와 배우로서 혼자 발탁돼서 찍을 때와는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그때는 멤버들이 있었잖아요. 멤버들을 의지하고 멤버들에게 기댈 수도 있었어요. 배우는 어떻게 보면 솔로니까 피곤한 거나 힘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회사 관계자분들과 대화하면서 그분들을 의지하며 촬영에 잘 임하고 있어요.

광고 오디션을 본 거예요?

제가 미리 준비한 프로필 사진과 영상을 보시고선 연락을 주셨어요. 운이 너무 좋았어요.

박보인 프로필 사진.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운보다는 그간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프로필 사진을 진짜 많이 넣어 놨어요.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고 나서 넣어 놓자마자 연락이 왔어요.

이번 광고에서 발랄한 대학생 역할을 연기했는데요, 광고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게 있었나요?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 같은 느낌을 원하시더라고요. 다채로운 표정도 원하셨어요. 그래서 다른 광고 모델들과 함께 연기를 맞춰 봤어요. "우리 이미 친하잖아요"라고 하면서 서로 독려하기도 했어요. 연기할 때 많이 웃었고 밝은 느낌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촬영은 얼마나 걸렸나요?

아침 7시쯤에 가서 새벽 4시 반에 끝났어요. 대기 시간도 있고 두 팀으로 나눠 찍다 보니까 오래 걸렸어요.

이른 봄에 찍어서 촬영 현장이 추웠을 것 같아요.

춥긴 했지만 추워서 오히려 더 좋았어요. 추우니까 더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었어요. "안 춥다!"고 얘기하면서 촬영했어요.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박보인은 이토록 긍정적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아이돌 그룹 에이데일리 시절 덕이다. 당시 팀으로 활동하면서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이 힘든 걸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걸 배웠다. 

아이돌 때의 경험이 현재 배우 박보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그렇게 이번 광고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이렇듯 평소 성격이 밝지만 어둡거나 못된 성격의 캐릭터도 잘 연기한다. KBS Joy 예능 '연애의 참견' 때가 그랬다. 작년 7월에 방영된 46회에서 대학 동기를 괴롭히는 박주경 역할을 연기했는데, 연기를 잘해서 때아닌 '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렇게 밝은 성격인데, '연애의 참견'에서 악역 역할 연기도 잘 하더라고요.

그때 인성 논란이 있었어요. 누리꾼이 댓글로 "저 배우분은 못된 역할을 왜 이렇게 잘 (연기)하나요?", "저런 역할 전문인가요?"라고 물어보기도 하셨어요. (웃음)

연애의 참견에서 강수빈 역할을 연기하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박보인. 사진 연애의 참견

66회에선 외로운 퀸카인 강수빈 역할을 연기했는데, 소주를 굉장히 상큼하게 잘 마시는 모습이었어요. 주류 광고 모델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감독님이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의 손예진 선배(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같은 느낌을 원하셨어요. 영화에서 정우성 선배(아티스트컴퍼니)가 "우리 이거 마시면 사귀는 거다"라는 명대사를 연기하시잖아요. 그 장면의 손예진 선배처럼 연기했어요.

주류 광고 잘 찍을 수 있어요. 연락 주세요. (웃음)

아무래도 아이돌 그룹 출신이다 보니 안무가 필요한 광고도 잘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들어오기만 하면 이건 제 거죠. (웃음)

사진 박보인 인스타그램

박보인이 이렇게 적극적인 이유가 있다. 그는 이미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다. 립스틱 하나만 발라도, 주얼리 하나만 착용해도 어느 제품이냐는 팬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팬들은 배우 박보인뿐 아니라 박보인의 취향 자체를 좋아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평소에 다양한 스타일로 코디하는 것 같아요. 애용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저는 솔직히 말하면 보세를 애용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다 잘 나와서 보세 제품을 구입해도 스타일리시하게 잘 코디할 수 있어요.

워낙에 스타일이 좋고 잘 소화해서 브랜드 제품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팬분들께 메시지가 정말 많이 와요. 제가 립 하나를 바르면 한 100여 분께서 이 립스틱이 뭔지 여쭤 봐요. 열심히 찾아서 알려드리기도 해요. 

그냥 입었는데도 맨투맨 트레이닝 세트는 어디 거냐고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이렇게 팬분들께서 연락을 자주 주시니까 너무 감사해요. 

광고 모델로서도, 배우로서도 큰 장점이네요. 뭘 걸치고 뭘 발라도 잘 소화하고 명품처럼 보이게 하니까요.

역시 사람이 명품인 것 같아요. 팬분들도 한 분 한 분 다 명품이고요.

꼭 찍어보고 싶은 광고가 있나요?

주얼리와 틴트 광고를 찍어보고 싶어요. 주변에서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사진 이하연 기자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으면서 자신을 부지런히 가꾸며 지냈더니 드디어 첫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5번이 넘는 오디션 끝에 최종 합격의 영광을 얻어냈다. 합격 이후에도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 장태유 감독의 OK 싸인을 얻고 있다.

박보인은 김혜수(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주지훈 같은 대 선배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촬영 현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촬영하고 있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배우이다 보니 이만큼 사랑받는 건 아닐까.

'하이에나' 오디션은 어땠나요?

오디션을 5번을 넘게 봤어요. 감독님이 처음 저를 봤을 때 좋게 봐 주셨고 그 이후로도 계속 연락을 주셨어요. 연기가 많이 늘었다며 칭찬받고 '하이에나'에 합류하게 됐어요.

감독님이 새 작품을 진행한다는 말씀은 들었는데 저를 캐스팅하실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오디션을 봤는데 평을 너무 좋게 해 주셨고 언제 촬영 들어갈 건지 말씀하시면서 "받아서 적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내가 정말 캐스팅 된 건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리고 대본 리딩할 때 대 선배들과 함께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윤희재 변호사(주지훈 분)와 대화 중인 김상미. 사진 하이에나

8회 때 "소고기 꼭 먹고 싶습니다"라는 귀여운 연기도 하고, 윤희재 변호사의 심기를 눈치 못 채는 허당 이미지도 보여 주고, 취한 연기까지 정말 다양한 연기를 소화했어요.

'하이에나' 촬영 전에 김상미 역할 콘셉트를 잡아 놓은 게 있었어요. 사무적이고, 도도하고, 딱딱한 이미지로 잡았는데 감독님이 밝은 느낌의 비서 역할을 연기해 달라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제가 김상미 역할을 만들고, 바꿔 보기도 하고, 대사도 다듬다 보니 김상미는 밝고 눈치는 없지만 일을 잘해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됐어요. 

8회가 방송된 이후에는 팬분들도 연락을 많이 주셨어요. "소고기 꼭 먹고 싶습니다" 대사를 찰떡 같이 기억하시고는 너무 좋았다고 많이 이야기해 주셨어요.

제가 드라마 방영 중에 실시간 톡을 많이 보는데요, 거기서도 "김상미는 독보적인 캐릭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은 주지훈 선배가 제 연기를 받아준 덕분에 완성된 장면이에요.

제가 소고기 회식을 기뻐하면서 ('아싸!'라고 하듯이) 주먹을 쥐는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까 주지훈 선배가 먼저 그 연기를 해 주셔서 저도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주지훈 선배와 호흡이 맞아서 감독님이 더 좋게 봐 주셨어요.

촬영 중에는 뵙지 못했던 지현준 선배(극중 하찬호. 키이스트)가 연락 오셔서 어떻게 그 캐릭터를 그렇게 살렸냐고, 팬이 됐다고 칭찬해 주시기도 했어요. 선배들이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제가 한 장면이라도 더 나오게 동선을 바꿔 주시기도 해요.

김혜수 선배(극중 정금자)는 촬영 현장에 밀가루와 프라이팬을 가져 와서 또띠아를 구워서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에게 나눠 주시기도 해요.

항상 스태프분들에게 먼저 가서 인사하시고 다정하신데 촬영만 들어가면 눈빛이 확 바뀌어요. 본받고 싶어요.

김상미 자리에 노트가 하나 있어요. 거기에 스태프분들이 메시지를 많이 적어 주셨어요. "상미 씨, 파이팅" 이렇게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김상미 노트에 적힌 스태프들의 응원 메시지. 사진 박보인

전석호 배우(극중 가기혁. 에이스팩토리)와의 개그 케미나 오경화 배우(극중 이지은.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와의 비서 케미도 좋았어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있는데 주변 인물들의 케미가 나오니까 이완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같이 연기하고 있어요. 찍어주시는 것도 잘 찍어주셨고요. 그래서 캐릭터들이 더 잘 살 수 있었어요.

가기혁 변호사(전석호 분)와 케미를 선보이는 김상미. 사진 하이에나

'하이에나' 출연 후 지인이나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지인분들이 너무 잘 됐다고 연락이 많이 왔어요. 예전에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축하를 많이 받았어요. 가족들도 갤럭시 S20 광고 촬영 때만큼 기뻐해 주셨어요.

'이 직업을 그만 둬야 하나' 하는 생각에 플로리스트 공부도 하고 바리스타 공부도 했어요. 하지만 이 직업만큼은 끝까지 해내고 있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에 애착이 있어요. 아버지가 "후회하지 않을 만큼 해 봐라"라고 응원해 주시기도 하셨고요.

대전에서 서울에 있는 한림예고로 진학할 때도 아버지가 지원해 주셨어요. 저를 믿어주고 지원해 준 가족을 생각하면서, 장녀로서 '성공 한 번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즘은 영어 회화 공부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배우분들뿐 아니라 외국 배우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많잖아요. 나중에 외국 선배 배우분을 만나면 그분들의 연기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서 회화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저 역할은 나에게 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써니'를 너무 좋아해요. 심은경 선배(앤유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AND))나 천우희 선배(나무엑터스)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똘끼' 있는 역할을 잘할 수 있어요. 

'써니' 같은 영화가 또 나오면 좋겠어요. 누아르 영화는 남성 배우분들을 중심으로 많이 나오잖아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 누아르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어요.

사진 이하연 기자

박보인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때도 설렜지만 배우가 된 후 광고와 드라마가 TV에 나올 때 더 설렜다고 한다. 이 직업을 사랑하는 그를 쳐다보면, 배우의 길을 운명이라 생각하는 박보인이 보인다.

2020년 한 해를 광고와 드라마 촬영으로 힘차게 시작했으니, 이제 TV와 스크린에서 자주 보일 박보인을 기대한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을 때와 배우로서 첫 발을 뗐을 때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때 설렜어요. 처음 음악 방송에 출연했을 때는 유명한 가수분들과 함께 춤 추고 노래하는 게 신기했어요.

배우가 되고 난 후에는 광고를 촬영하고 '연애의 참견'에 출연했을 때도 좋았지만 '하이에나' 처음 방송될 때 심장이 정말 두근거리는 거예요. 배우일 때가 더 좋아요. '배우의 길이 운명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어디에 갖다 놔도 어울리는, 다채로운 색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극, 현대극, 어떤 역할을 연기해도 잘 어울리는 배우이면 좋겠어요. 

여성 누아르, 비련의 주인공 등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면서 저를 알려드릴 거니까 박보인이라는 배우,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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