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기간: 3월 19일~25일
[AP신문=하민지 기자] 지난 16일에 공개된 재미있는 광고입니다. 1940년대의 유명한 예술 작품 주인공들이 쏘나타에 시선을 빼앗긴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예술 작품은 총 3가지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로 독일의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찍은 '키스'가 등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하는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 속 인물들이 광고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간호사와 기쁨의 키스를 나누던 수병이, 갑자기 나타난 쏘나타에 마음을 빼앗겨서 하던 키스를 멈추고 쏘나타를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작품은 1941년에 완성된 조각품, 러시모어산입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바위산에서 여러 조각가가 14년에 걸쳐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광고에서는 이 거대한 조각품이 쏘나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립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부터 차례로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 고개를 돌려 쏘나타를 쳐다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밤새우는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 한 장을 보고 많은 이가 다양한 서사를 상상했는데, 광고는 그림에서 카페 속 중앙에 자리한 여성과 남성이 사랑을 속삭이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네게서 눈을 못 떼겠어."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커플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사랑이 깊어지는 찰나, 쏘나타가 등장합니다. 사랑과 연인은 온데간데없고,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쏘나타만 쳐다봅니다.
이 광고의 메인 카피는 '씬스틸러(scene stealer)'입니다. 직역하면 '장면을 훔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분량이 적은데도 존재감이 엄청나서 주연 배우를 압도할 만큼 인상적인 영화ㆍ드라마 속 배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현대차 쏘나타는 유명한 예술 작품 속에 쏘나타를 등장시켜, 그 작품의 주인공들보다 쏘나타의 존재감을 더 크게 광고에서 그려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은 이 광고를 대체로 창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 좋은데 문제는, 쏘나타 자체가 광고에서 씬스틸러가 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들이 아쉬웠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작품 '키스'에 등장하는 쏘나타입니다. 원본 사진이 흑백이라 그런지 쏘나타도 흑백 처리돼 있습니다.
남택춘 위원은 이를 지적하며 "전체 화면이 흑백이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제 차량은 화사한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 작품 '밤새우는 사람들'에서는 쏘나타가 원본 그림과 비슷한 그림체로 표현돼 있습니다.
김다원 위원은 "차의 실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림체로 보여줘 (차의) 특징을 더 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쏘나타가 예술 작품 속에 잘 스며들게 하려던 전략은 이해하지만, 작품과 너무 동일시하다 보니 되레 쏘나타가 강조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쏘나타의 디자인이 끝내준다는 것입니다. 차의 안전성이나 기능에 대한 설명 없이, 디자인 하나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평론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광고의 연출은 쏘나타의 디자인을 묻히게 했습니다. 평론위원은 공통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멋진 외관의 차량임에도 차량의 강점인 디자인적인 측면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남택춘 위원
쏘나타의 디자인이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 만큼 예쁘다는 것을 강조한 광고인데 소비자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김다원 위원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자동차인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광고 목적과 다르게 차의 외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차의 어떤 부분이 유명한 사진이나 그림 속 인물의 눈길을 끌 만큼 매력이 있는지 광고를 통해 잘 전해지지 않는다.
문지원 위원
또한 '센슈어스'라는 제품명이 발음하기 어렵고 단번에 읽기 어려워서 한국어로 제품명을 한 번 더 표기해 뒀으면 좋았을 것 같다(서정화 위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면, 광고하는 제품이 가장 우수한 주인공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주인공보다 뛰어난 씬스틸러에 비유한 것이 참신하다(정수임 위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현대자동차
▷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
▷ 제작사: 시대의시선
▷ CD: 이일호
▷ AE: 이길형, 이재우, 성제경
▷ PD: 신현규
▷ CW: 원세희
▷ 아트디렉터: 김상주
▷ 조감독: 라현진
▷ 촬영감독: 김지성
▷ 모델에이전시: 피플에이전시
▷ 편집실: 엘리엇
▷ 편집자: 고지욱
▷ 2D업체: 엘리엇
▷ 2D(TD): 송재철
▷ NTC: 엘리엇, 조준형
▷ 오디오PD: 이재혁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