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기간: 3월 19일~25일

[AP신문=하민지 기자] 지난 16일에 공개된 재미있는 광고입니다. 1940년대의 유명한 예술 작품 주인공들이 쏘나타에 시선을 빼앗긴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왼쪽은 '키스' 원본, 오른쪽은 쏘나타 광고. '키스'는 2015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0세기 최고의 사진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예술 작품은 총 3가지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로 독일의 사진작가,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가 찍은 '키스'가 등장합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하는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사진 속 인물들이 광고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간호사와 기쁨의 키스를 나누던 수병이, 갑자기 나타난 쏘나타에 마음을 빼앗겨서 하던 키스를 멈추고 쏘나타를 쳐다보기 시작합니다.

위 사진이 러시모어산, 아래 사진은 쏘나타 광고. 러시모어산은 전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1941년에 완성된 조각품, 러시모어산입니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바위산에서 여러 조각가가 14년에 걸쳐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광고에서는 이 거대한 조각품이 쏘나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립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부터 차례로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 고개를 돌려 쏘나타를 쳐다봅니다.

위 사진이 '밤새우는 사람들' 원본, 아래 사진은 쏘나타 광고. '밤새우는 사람들'은 도시 속 외로운 사람들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은 그림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Nighthawks(밤새우는 사람들)'입니다. 이 그림 한 장을 보고 많은 이가 다양한 서사를 상상했는데, 광고는 그림에서 카페 속 중앙에 자리한 여성과 남성이 사랑을 속삭이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네게서 눈을 못 떼겠어."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 커플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사랑이 깊어지는 찰나, 쏘나타가 등장합니다. 사랑과 연인은 온데간데없고,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 쏘나타만 쳐다봅니다.

이 광고의 메인 카피는 '씬스틸러(scene stealer)'입니다. 직역하면 '장면을 훔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분량이 적은데도 존재감이 엄청나서 주연 배우를 압도할 만큼 인상적인 영화ㆍ드라마 속 배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현대차 쏘나타는 유명한 예술 작품 속에 쏘나타를 등장시켜, 그 작품의 주인공들보다 쏘나타의 존재감을 더 크게 광고에서 그려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은 이 광고를 대체로 창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 좋은데 문제는, 쏘나타 자체가 광고에서 씬스틸러가 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들이 아쉬웠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사진 쏘나타

첫 번째 작품 '키스'에 등장하는 쏘나타입니다. 원본 사진이 흑백이라 그런지 쏘나타도 흑백 처리돼 있습니다. 

남택춘 위원은 이를 지적하며 "전체 화면이 흑백이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제 차량은 화사한 컬러가 들어가 있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진 쏘나타

마지막 작품 '밤새우는 사람들'에서는 쏘나타가 원본 그림과 비슷한 그림체로 표현돼 있습니다.

김다원 위원은 "차의 실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그림체로 보여줘 (차의) 특징을 더 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웠다"고 지적했습니다.

쏘나타가 예술 작품 속에 잘 스며들게 하려던 전략은 이해하지만, 작품과 너무 동일시하다 보니 되레 쏘나타가 강조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광고에서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쏘나타의 디자인이 끝내준다는 것입니다. 차의 안전성이나 기능에 대한 설명 없이, 디자인 하나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평론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광고의 연출은 쏘나타의 디자인을 묻히게 했습니다. 평론위원은 공통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멋진 외관의 차량임에도 차량의 강점인 디자인적인 측면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남택춘 위원

쏘나타의 디자인이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 만큼 예쁘다는 것을 강조한 광고인데 소비자에게 큰 어필을 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김다원 위원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자동차인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겠으나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광고 목적과 다르게 차의 외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차의 어떤 부분이 유명한 사진이나 그림 속 인물의 눈길을 끌 만큼 매력이 있는지 광고를 통해 잘 전해지지 않는다.

문지원 위원

또한 '센슈어스'라는 제품명이 발음하기 어렵고 단번에 읽기 어려워서 한국어로 제품명을 한 번 더 표기해 뒀으면 좋았을 것 같다(서정화 위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면, 광고하는 제품이 가장 우수한 주인공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주인공보다 뛰어난 씬스틸러에 비유한 것이 참신하다(정수임 위원)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현대자동차
▷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
▷ 제작사: 시대의시선
▷ CD: 이일호
▷ AE: 이길형, 이재우, 성제경
▷ PD: 신현규
▷ CW: 원세희
▷ 아트디렉터: 김상주
▷ 조감독: 라현진
▷ 촬영감독: 김지성
▷ 모델에이전시: 피플에이전시
▷ 편집실: 엘리엇
▷ 편집자: 고지욱
▷ 2D업체: 엘리엇
▷ 2D(TD): 송재철
▷ NTC: 엘리엇, 조준형
▷ 오디오PD: 이재혁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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