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기간: 3월 25일~4월 1일

[AP신문=이하연 기자] KFC는 지난 2월 26일 'Piano'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영상 속 사람들은 1분의 짧지 않은 시간 내내 치킨을 뜯으며 손가락을 빱니다. 치킨 광고 인데 치킨 모습이나 치킨을 먹는 모습은 안 나오고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먹는 모습만 나옵니다.

이렇듯 영상은 "손가락을 빨아먹을 정도로 맛있다(It's finger lickin good)"는 KFC의 슬로건 내용이 잘 담겨있습니다.

또한 광고 전반에 쇼팽의 녹턴이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광고 속 인물들이 손가락을 빠는 모습과 녹턴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한 이미지가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영국 시민의 강한 반발을 받으며 현재 방송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는 도중 손가락을 핥도록 권하는 영상이 불쾌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 역시 손가락을 빠는 장면에 대해 비위생적으로 느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광고 효과에 대한 적합성과 호감도는 별 2.5점으로 낮은 편입니다.

정수임 위원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흔히 나타나는 사람들의 습관을 부각했다는 점은 신선하다. 한 부분도 놓칠 수 없는 맛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무려 1분 동안 그 모습만 보여준 것은 판단 미스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판단 미스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손가락을 빠는 행동만 계속 보고 있으려니 왠지 비위생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우아한 피아노 배경음악을 곁들였음에도 부정적이다. 식품 광고에 역효과"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지원 위원도 같은 의견입니다. "맛있어서 손가락에 조금 묻어 있는 양념까지 끝까지 먹게 된다는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알겠으나, 사람들이 손가락을 빠는 장면만 반복돼 나오니까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김다원 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위원은 "처음에는 참신하다고 느꼈지만 점점 내 손가락을 빠는 듯한 느낌이 들며 비위가 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은 "차라리 KFC의 유명한 후라이드 치킨의 바삭한 소리를 추가해 줬더라면 더 생생하고, (치킨을) 먹고 싶다는 효과가 생겼을 것이다. 아쉽다"고 평했습니다.

서정화 위원은 코로나19 사태를 언급하며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 비위생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 위원은 "KFC의 슬로건이 "It's finger lickin good(손가락을 빨아먹을 정도로 맛있다)"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광고가 나온 것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시점에서 비위생적으로 보여 불쾌했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광고를 보는 내내 '저 사람들, 손은 제대로 씼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손가락을 핥고 있는 광고는 아무래도 불쾌감을 줬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남택춘 위원도 광고 효과와 호감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냈습니다.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두 번이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 광고다. 양념 묻은 손가락을 빠는 장면이 다소 깨끗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배경음악과 장면의 불균형적인 구성과 재미있는 분위기를 유발해 호감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장면이 인물만 바꿔 가면서 광고 끝까지 내용 변화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다보니 중반 이후에는 장면을 보기가 싫어졌다.

당연히 초반에 느꼈던 호감도가 떨어졌고 새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택춘 위원

남 위원은 "차라리 후반부에는 손가락을 빨고 있는 장면이 아닌 다른 새로운 장면을 추가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습니다. 민정화 위원은 "이런 게 광고다. 창의적이면서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단 하나의 콘셉트만으로도 이렇게 균형이 좋은 광고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번 광고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쇼팽의 녹턴이 광고 화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한 위원도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일 수 있지만 피아노 선율의 느린 리듬과 사람들의 빠른 동작이 상반돼 장면과 배경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 문지원 위원

클래식 음악을 활용해서 KFC가 원래의 이미지보다 고급스러운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것 역시 손가락을 빨아먹는 장면 때문에 그 효과를 금방 상실해버렸다.

- 김다원 위원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의 지난달 16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 KFC 대변인은 "이 광고를 지금 내보내는 것은 옳지 않을 듯하다. 자랑스러운 광고지만 현재로선 잠시 광고를 중단하고 추후를 기약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KFC UK & Ireland
▷ 대행사: Mother, London
▷ 프로덕션: MJZ
▷ 국가: 영국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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