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룰스 커피를 들고 있는 임영웅의 모습. 사진 임영웅 임스타그램(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우)

[AP신문=하민지 기자]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종영한 지 한 달 조금 지났다. 우승자 임영웅(뉴에라프로젝트, 물고기컴퍼니)은 이 기간에 경기도 포천시 홍보대사와 6개 브랜드의 광고 모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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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 커피 광고 모델은 임영웅 팬덤이 따냈다. 임영웅이 자신의 SNS에 바리스타룰스 모카 맛을 좋아한다고 지속적으로 올리자 팬덤은 이 커피를 '영웅 커피', '영웅님 커피'라 부르기 시작했다.

스타 향한 애정이 소비로
소비가 광고 모델 요청으로

임영웅을 향한 애정은 커피 구매로 이어졌다. 팬이 소비자가 된 것이다. 다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와 디시인사이드 임영웅 갤러리 회원은 '영웅님 커피'를 자발적으로 구매해 인증했다. 

팬덤은 임영웅이 바리스타룰스 커피 광고 모델이 되기 전, 이 커피를 '영웅님 커피'라 부르며 구매하고 인증했다. 사진 다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우리 가수님 덕분에 이것만 먹는다", "믹스커피만 먹던 촌스러운 내가 바리스타로 갈아탔다" 등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사서 마시고, 인증 사진을 올리고, 서로 구매를 독려했다. 

이런 인증 열풍 덕인지, 편의점의 바리스타룰스 모카 맛은 금세 동이 났다. 하지만 팬덤은 다른 맛이라도 사서 인증 열풍에 동참했다.

커피 구매는 광고 모델 요청으로 이어졌다. 팬덤은 매일유업 누리집에 문의 글을 올리고, 고객센터로 전화해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매일유업은 팬덤이자 소비자인 이들에게 친절하게 응답하며 추후 광고 제작 시 참고하겠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은 소비자의 모델 기용 요청에 친절하게 응답했다. 사진 다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소비자 요청은 얼마나 있었을까.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 21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수를 다 세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짐작해볼 순 있다. 다음 팬카페와 임영웅 갤러리를 조사한 결과, 임영웅의 커피 광고 모델 기용에 관해 최초로 글이 게시된 날짜는 1월 16일이다. 1월이면 본선 무대에서 임영웅이 계속 1위를 지켰을 때다.

그럼 계산해 보자. 매일유업은 지난 10일,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해 달라는 고객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접수됐다"고 밝혔으니, 하루 10건이라 쳐도 모델 발탁 보도가 나왔던 4월 10일까지 약 3개월 동안 최소 100건 넘는 문의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일유업, "임영웅 덕에 소비자 연령층 넓어졌다"
"소비자 구매 인증으로 홍보 효과 봤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물 밀 듯 밀려드는 소비자 요청에 "팬 사이트를 모니터링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단순히 팬덤 요청에 기계적으로 응답한 게 아니라, 팬덤이자 소비자인 이들 사이에서 임영웅이 광고 모델로서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확인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확인 결과 임영웅은 "다양한 성별과 연령층에 팬이 있는 스타"였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바리스타룰스 커피는 주로 젊은 층이 많이 드시는데, 임영웅 덕에 소비자 연령층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팬덤의 구매 인증 활동으로 커피 홍보 효과도 봤다고 전했다. "당장 매출의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많은 분이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좀 더 인지하고 잘 알게 됐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팬덤은 "여러분의 인증 사진 하나가 다음 모델을 정할 수 있다"며 바리스타룰스 커피 구매 인증 사진과 함께 매일유업에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해줄 것을 요청하자고 서로 독려했다. 사진 다음 공식 팬카페 '영웅시대'

임영웅의 영향력을 확인한 매일유업은 그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매일유업은 "우리 커피도 다양한 고객에게 전달되고 싶어서 임영웅을 모델로 선정했다. 전 연령층에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광고는 5월 초에 촬영한다. 6월에 TV에서 방영된다. 현재까지 예정돼 있는 건 TV 광고 촬영과 온라인 팬미팅이다. 온라인으로 광고 모델 위촉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광고계 움직이는 팬덤 영향력

팬덤은 스타의 원동력이다. 동시에 스타와 함께 문화와 트렌드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이기도 하다. 스타와 같이 기부나 봉사 활동을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도 하고, 스타를 곤란에 빠뜨리는 브랜드를 향해서는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매일유업은 소비자이자 팬덤인 이들의 요청에 정성스레 응답해 좋은 시너지를 낸 사례가 됐다.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해 달라는 문의에 친절하게 답변하고, 팬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임영웅의 이미지와 영향력을 확인한 뒤 모델로 선정하며 바리스타룰스 커피 브랜드 이미지와 잘 연계했다.

팬덤은 '내 가수'를 광고 모델로 만든 성취 효과를 누리고, 임영웅은 평소 좋아하던 커피의 모델이 되고, 매일유업은 넓은 연령층의 소비자를 확보하게 됐다. 누구 하나 손해볼 것 없는 삼박자가 갖춰진 것이다.

임영웅은 몇 달 전부터 바리스타룰스 커피를 좋아한다는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여러 번 올렸다. 팬덤은 이를 보고 구매 인증, 모델 기용 요청 등을 진행했다. 사진 임영웅 인스타그램

팬덤은 팬이자 곧 소비자다. 브랜드가 팬의 마음을 등지면 소비자의 마음까지 등지게 된다. 팬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일단 그 마음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지난 1일 맥주 브랜드 카스는 '성덕(성공한 덕후)대첩'이라는 이름의 마케팅을 펼쳤다. '당신의 스타를 카스 모델로 만들 수 있다'며 스타가 카스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설명하면 응모가 완료된다는 내용의 이벤트였다.

수많은 아이돌 팬이 '내 가수'를 모델로 만들기 위해 뛰어난 포토샵 실력을 뽐내며 다양한 카스 광고 이미지를 제작해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벤트가 진행된 지 5일 뒤, 카스는 뒤늦게 공지사항을 올렸다. 만 25세 미만의 스타는 안 되고, 맥주파만 인정되며, 건전한 음주 마인드의 소유자여야 한다는 조건을 새로 달았다.

사진 카스 공식 트위터

이에 팬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공들여 광고 이미지를 제작해 수만 건이 리트윗됐고, 리트윗 순위 5위 이내에 들기도 했는데 이제 와 연령 제한 조건이 달려버린 것이다. 실망한 팬덤은 #카스불매 등의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팬덤은 언론사의 광고주 불매 운동을 벌인 적도 있다. JTBC 뉴스룸은 작년 9일, 방탄소년단이 소속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중이라는 오보를 냈다.

이후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팬덤 '아미'의 사과 요구에도 JTBC가 일주일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팬덤은 뉴스룸을 보이콧하고 JTBC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JTBC는 사태 진화에 나서며 오보를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이처럼 팬덤은 '내 가수'를 광고 모델로 만들기도 하고, '내 가수'에 해가 되는 브랜드는 불매하기도 한다. 갈수록 팬덤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매일유업은 팬덤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팬덤과 스타, 광고주 모두 윈윈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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