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 자선단체 후원 광고, 어린이 대역 연기 괜찮을까

핏기 없는 얼굴, 겁에 질린 표정, 위축된 자세
취약계층 아동의 이미지 고착시켜
아동 대역 연기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필요

황지예 승인 2020.05.05 07:20 | 최종 수정 2020.05.05 07:36 의견 1
가정학대 피해 아동을 연기한 대역 연기자. 사진 세이브 더 칠드런 홈페이지

[AP신문=황지예 기자] 세이브 더 칠드런, 굿네이버스 등 자선단체에서 취약 계층 아동을 내세워 후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로 아역 모델과 실제 피해 사례를 전면에 내세워 시선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2020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자선단체 광고 속 어린이의 모습을 짚어보려고 한다.

광고 속에서 묘사되는 어린이의 모습

세이브 더 칠드런 학대 피해 아동 후원 영상이다. 6살 서연이의 사연으로, 아이는 어둡고 어질러진 집 안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한다.

베란다에 갇혀 웅크린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 광고는 중간에 아이의 인권 보호를 위해 대역이 연기를 했다고 밝힌다.

굿네이버스의 후원 광고는 가정폭력을 피해 엄마와 단 둘이 고시원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9살 시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는 비 오는 날 혼자 우산을 쓰고 시무룩한 모습으로 쪼그려 앉아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과 마찬가지로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대역과 가명을 사용했다.

월드비전 후원 광고는 8살에 아버지를 잃고 할머니와 사는 대훈이의 사연을 담았다. 광고는 대훈이가 처한 열악한 환경을 보여준다.

아이는 위축된 모습으로 혼자 학교 복도를 걷는다. 역시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 대역으로 촬영하고 가명을 사용했다.

위에서 나열한 광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자선단체 후원 광고는 피해 아동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강조해 보여준다. 광고 속에서 피해아동은 모두 생기 없는 표정을 짓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등 움추린 모습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내보내기도 한다. 이런 장면은 취약 계층 아동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킬 수 있다.

대역 아동에게 끼칠 영향도 고려해야

과거 자선단체들은 후원 광고를 통해 취약계층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후원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런 문제점을 피해 현재 많은 자선단체는 대역 연기자를 섭외하고, 광고에 피해 아동의 인권을 위해 대역을 쓰고 있다는 자막을 띄운다.

기아대책 후원 광고에 출연한 아동 연기자들의 캐스팅 소식. 이미지 키즈플래닛 홈페이지 캡처

다수의 아동 모델이 소속된 에이전시 홈페이지에는 해당 소속사의 아동 모델이 어느 자선단체 광고에 참여했다는 소식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에 나오는 아동이 대역인 줄 몰랐다는 사람의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역이라는 사실을 알리고는 있지만, 영상이 보여주는 아동의 어려운 상황에 집중하다 보면,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후원 대상자가 거주하는 집을 배경으로 한 후원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아동은 실제 인물이 아닌 대역이다. 사진 굿네이버스 유튜브 캡처

그렇다면 실제 피해 아동이 아닌 대역 아동을 쓰는 건 문제가 없을까? 후원 광고 중에는 실제 후원대상자가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은 그대로 두고 후원 아동만 아역 모델로 대체해서 촬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대역 아동에게 이 상황이 트라우마로 남을 위험이 있다.

가정폭력으로 피해 아동을 연기하는 대역 연기자. 아이의 눈가에 멍이 그려져 있고,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사진 세이브 더 칠드런 유튜브

또한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한 아동 역할을 직접 연기하는 일은 대역 아동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성인 연기자들도 폭력 피해자를 연기한 뒤에는 심리치료를 받는 등 후속 조치를 하는데 성인보다 취약한 아동 연기자들에게 사후 조치가 잘 취해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실제 인물을 대체하거나, 스타를 섭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아동을 돕자는 취지로 제작하는 광고인 만큼 조금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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