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코로나19 시국에서 많은 이가 외출을 자제하면서 '언택트(Untact, 비대면)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제품을 간접 체험하게 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마케팅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실 언택트 마케팅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 유행하기 전인 올해 초부터 'O4O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O4O는 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의 줄임말이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디지털화해 제공한다는 뜻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대기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처리 시간도 짧은 O4O 마케팅을 소비자는 전부터 선호해 왔다. 대표적으로 무인 단말기인 키오스크, 카카오T, 티맵 택시 같은 호출 서비스가 있다.

증강 현실(AR) 기술을 이용한 O4O 마케팅도 있다. 뷰티 브랜드 맥은 작년, 구글이 칸 국제 광고제에서 선보인 'AR 뷰티 트라이온'을 이용해 맥 립스틱을 홍보했다.

맥은 뷰티 인플루언서 조효진과 협업해, 아시아 최초로 증강 현실 기술을 적용한 유튜브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조효진은 증강 현실 기술로 맥 립스틱 색상을 자신의 입술 위에 가상으로 얹어 보고 구매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이렇듯 예전부터 주목받아온 O4O 마케팅은 코로나19 시국에 비대면 소비가 가속화하면서 '언택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이름만 바뀌었지 핵심은 같다. 발달한 기술로, 대기 시간 없이, 짧은 처리 시간으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줘야 한다.

언택트 마케팅이 O4O 마케팅에서 출발했다는 걸 안다면, 언택트 마케팅을 단순히 '그냥 얼굴 안 보고 접촉 안 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업계가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도 언택트 마케팅이 대세가 될 거라고 말하는 건 많은 이의 생활 양식과 소비 패턴이 '기술 중심의 편리함' 위주로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택트 마케팅을 단순히 소비자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기업은 '생생함' 위해 라이브 스트리밍 택했다

언택트 마케팅의 관건은 무엇일까. 성공했다고 꼽히는 사례를 살펴 보면 전부 '생생함'을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 기업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선택한 것도 '생생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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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기업은 '라이브 스트리밍' 마케팅 진행 중 

기업은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자사 브랜드ㆍ제품이 생생하게 가 닿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게 언택트 마케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실시간 채팅으로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브랜드와 고객이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사례로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있다. 두 백화점 모두 네이버쇼핑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백화점 '100라이브',
인플루언서 출연시켜 예능 같은 재미↑
현대백화점 '백화점 윈도 라이브', 
매장 직원이 방송 진행해 신뢰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부터 라이브 쇼핑 채널 '100라이브(Live)'를 선보이며 매일 방송하고 있다. 20ㆍ30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의류와 화장품을 먼저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실시한 100라이브 방송. 사진 롯데백화점

특히 지난달 7일, 네이버와 협업해 실시한 롯데아울렛 파주점 '아디다스 창고 털기' 방송은 시청자 수 46,000명, 주문 수 7,400건, 단일 브랜드 최대 매출 2억 4,000만 원을 달성했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 8일, AP신문과의 전화에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4월 매출이 3월보다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라이브 스트리밍에 인플루언서를 출연시켜 예능 프로그램처럼 재미있게 방송하고, 매장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게 성공 요인이라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백화점 윈도 라이브 방송 화면.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도 네이버와 손잡았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매장 상품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판매하는 '백화점 윈도 라이브'를 매일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 윈도 라이브는 2월에 진행한 테스트 라이브부터 대박이 났다. 1만 명 넘는 고객이 접속해 1,5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테스트를 거친 후 3월에 백화점 윈도 라이브를 정식으로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유통 담당 관계자는 11일 AP신문을 통해 "3월 11일, 첫 방송으로 남성 의류 브랜드 '지이크'를 판매했는데 1시간 동안 월 평균 매출의 30%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시청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시청자 수는 날마다 다르지만 평균 만 명 내외다.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인플루언서나 셀럽이 아닌 매장 직원이 직접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한다. 매장 직원은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언택트 마케팅에선 가장 활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이를 과감히 활용했다. 매장의 담당 매니저가 바로 라이브를 진행하도록 했고, 그게 되레 고객에게 신뢰감을 줬다. 고객은 매장에 가지 않아도 매장에 간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20ㆍ30 밀레니얼 세대 겨냥

두 백화점 모두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20ㆍ30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의류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두 백화점의 홍보 담당자는 공통적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온라인 쇼핑에 관심이 많아 라이브 방송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이유를 말했다.

디지털 광고 미디어렙 메조미디어가 지난달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ㆍ30 세대가 언택트 마케팅 같은 비대면 서비스를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조미디어는 이 같은 결과가 20ㆍ30 세대를 중심으로 혼자 경제 생활을 영위하는 '혼코노미(혼자+이코노미)' 트렌드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앞으로의 언택트 마케팅,
롯데백화점 "먹방 등 이색 콘텐츠로 계획 중"
현대백화점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은 다 라이브 방송 대상"

두 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도 언택트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등 예능적 요소를 중시하는 만큼 "먹방 등 이색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와 뷰티 브랜드에 한정됐던 제품군이 식품 등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해외 패션 브랜드 판매에 주력하지만, 백화점 안에 있는 매장은 다 라이브 방송 대상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식품은 의류와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술적 부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조미디어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40ㆍ50 연령대의 비대면 소비도 크게 증가하면서 관련 매출액이 2년 만에 436% 증가했다"고 밝혔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언택트 마케팅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두 업체가 앞으로도 언택트 마케팅에 비중을 두고 제품군도 늘려나갈 것을 검토 중인 만큼, 언택트 마케팅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침대에 누워 있는 소비자에게 생생하게 다가가야

라이브 스트리밍은 하나의 기술이지만, 업계는 이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와 활발하게 소통하거나 매장 제품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게 소개하고 있다.

사실 전통적인 TV 홈쇼핑도 언택트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소비자가 TV 홈쇼핑을 보다가 전화로 물건을 사는 이유는 쇼호스트가 생생하게 상품 설명을 해줬기 때문이다.

언택트 마케팅의 매체는 TV가 아니라 스마트 기기다. 라이브 스트리밍, 증강 현실 등 기술도 다양하고 플랫폼도 다양하다. 어떤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생생하게' 보여줄지가 언택트 마케팅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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