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 톺아보기

국내 콘텐츠는 대체로 로맨스 가끔 누아르
2005 삼성전자 애니콜 뮤직비디오 광고 이후
다양한 장르로 변주해 온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
최근에는 웹드라마ㆍ영화 장르로 제작돼

하민지 승인 2020.05.14 10:10 의견 0
배우 이엘이 출연한 광고 스틸컷. 사진 신한은행


[AP신문=하민지 기자] 여러 기업이 광고를 드라마나 영화처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드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는 웹드라마, 영화, 예능,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될 수 있다. 사실상 콘텐츠 장르 수만큼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의 장르도 다채로울 수 있다.

국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의 시작
2005년 삼성전자 애니콜 '애니모션'
애니모션 대성공 이후 다양한 장르로 변주

국내에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성공한 캠페인 사례로는 제일기획이 2005년에 제작한 삼성전자 애니콜(당시 휴대전화) 광고를 꼽을 수 있다.

이 광고는 국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의 시초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광고 '애니모션' 중 한 장면. 사진 삼성전자


뮤직비디오 형태로 된 광고 '애니모션'에는 가수 이효리와 에릭(신화컴퍼니, 티오피미디어)이 모델로 나섰다. '애니콜'이란 단어가 휴대전화 자체에 새겨진 것 말고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광고가 뮤직 드라마처럼 만들어져서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CM송이 여러 가요 차트에서 1위를 할 만큼 광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애니클럽', '애니스타' 등 후속 광고가 제작되기도 했다.

애니콜의 대성공 이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는 다양한 장르로 변주했다.

가수 비(레인컴퍼니, 써브라임아티스트에이전시)가 출연한 BMW 뮤직 드라마(2006), 아이돌 그룹 빅뱅ㆍ투애니원(YG 엔터테인먼트)이 모델로 나선 LG전자 휴대전화 롤리팝 뮤직비디오(2009), 배우 이병헌(BH엔터테인먼트)이 주연을 맡고 위스키 브랜드 윈저가 제작한 단편 영화(2011), 인기 가수가 참이슬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예능 '이슬라이브'(2015) 등이 제작되며 국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는 계속 진화해 왔다.

현재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
대체로 로맨스, 가끔 누아르

뮤직비디오로 시작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는 현재 웹드라마 형태가 가장 많이 제작되고 있다. 장르는 로맨스, 시트콤 등 다양하지만 인기 있는 웹드라마 광고의 장르는 대체로 로맨스다.

대표적인 사례로 농심 이 제작한 웹드라마 광고 '썸 끓는 시간(이하 썸끓시)'이 있다. 만화 카페에서 근무하는 두 남녀가 손님에게 제공하는 라면을 끓이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2018년에 제작된 이 광고는 누적 조회 수 약 400만 회(2020년 5월 14일 기준)를 돌파하며 소비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농심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2월에 '썸끓시2'를 새롭게 공개했다. 더에스엠씨그룹이 제작한 2편은 등장인물과 시청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해, 시청자 의견을 다음 편 웹드라마 내용에 반영하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기도 했다.

GS25는 웹드라마 광고를 꾸준히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다. 25사랑병동(2015), 대충 사는 강대충 씨(2016) 등 편의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로맨스 드라마 광고를 계속 제작해 왔다.

올해 4월에는 배우 유연석(스타쉽엔터테인먼트(킹콩 by 스타쉽))이 주연으로 등장한 '오늘, 커피가 맛있는 이유'를 공개했다. 1화만 조회 수 200만 회(2020년 5월 14일 기준)가 넘었다.

로맨스 장르의 웹드라마 광고는 광고 모델로 유명하지 않은 신인 배우를 섭외해 제작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에 언급한 사례 중 배우 유연석을 제외하고, 모두 신인 배우가 광고에 출연했다.

한겨레의 작년 6월 보도에 따르면 웹드라마 제작비는 10분 전후를 기준으로 회당 1,000만~3,000만 원 정도다. 이렇듯 제작비가 적기 때문에 거물급 모델을 기용하기가 어려운 현실도 있다.

적은 제작비로 인해 광고주나 광고대행사가 로맨스 장르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소비자의 이목을 끌 스토리가 준비됐다는 전제하에, 연기를 잘하는 두 남녀 배우와 아기자기한 배경의 공간 몇 가지만 확보되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트콤 장르의 광고도 다수 만들어지고 있다. 배우 오정세(프레인글로벌(프레인TPC))가 출연한 KB국민카드 '오정세 집에 AI가 산다'(2월 공개), 배우 김슬기(눈컴퍼니) 등이 출연한 모바일 게임 R5(2월 공개) 등 재미있는 설정으로 소비자의 웃음을 자아내거나 B급 코드를 녹인 광고가 그 예다.

특히 작년 3월에 공개된 게임 브롤스타즈 광고는 세 편의 통합 조회 수가 약 3천만 회(2020년 5월 14일 기준)일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이병헌이 모델로 나선 이 광고는 인터넷 밈을 활용한 짧은 에피소드가 시트콤처럼 나열된다. 세 편 중 1편은 작년에 구글이 선정한 대한민국 유튜브 인기 광고 영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로맨스와 시트콤 위주인 국내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계에서 가끔 주목받는 누아르 장르 광고가 나온다.

대표적 사례로 오비맥주 카스가 작년 7월에 공개한 '아오르비' 광고가 있다. 카스와 유튜브가 협업해 제작했다. 정부가 사람들의 선택권을 없애버린 도시에서 살던 배우 최우식(매니지먼트 숲)이 도시를 탈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광고는 영화 '아일랜드'(2005)를 떠오르게 하는 뛰어난 연출과 영상미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에 별도의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누아르 장르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에는 신한은행이 제작한 '내 돈 관리의 끝판왕' 편이 꼽힌다. 이 광고는 지난달 27일에 공개된 이후 열흘 만에 통합 조회 수 천만 회를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광고 제목부터 '2020년 누아르 신작'이라고 명시해 놓으며 새 영화가 개봉한 것처럼 광고를 공개했다. 모델로는 국내 굵직한 누아르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 곽도원(마다엔터테인먼트)과 이엘(아티스트컴퍼니)이 발탁됐다.

김현우 신한은행 홍보부 과장은 13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바로 옆에 있는 형이나 언니가 강하고 자신감 있게 자산 관리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스토리를 잡다 보니 누아르 장르로 광고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누아르 장르의 광고는 신인 배우보다는 검증된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야 해서 로맨스 장르보다 제작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배우가 풍기는 압도적인 분위기 하나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서 스토리 구성이 촘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즉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우선이다.

더 풍성해진 광고 생태계

국내 광고는 해외와 달리 제품 설명과 스타 마케팅에만 다소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광고는 광고 콘텐츠 생태계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한다.

최근에는 예능 형태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은 국내 광고 회사 최초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308케이팝' 채널을 개설했다. 

채널에는 방송인 박소현(싸이더스HQ)이 아이돌 그룹 멤버를 '팬의점'으로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형태의 콘텐츠가 공개돼 있다.

이노션은 308케이팝을 '모든 브랜드가 있는 편의점'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광고주가 아이돌을 통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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