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공개한 인종차별 광고. 사진 유튜브 'Spoilerz' 캡처

[AP신문=권이민수 기자] 지난 21일, 독일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영상 광고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광고는 최근 폭스바겐이 SNS에 공개한 신형 자동차 '골프' 광고다. 

광고엔 거대한 백인의 손과 흑인이 등장한다. 거대한 백인의 손은 차에 타려는 흑인을 방해하고 조종하다 손가락 튕겨 식당 안으로 밀어낸다. 이를 본 누리꾼은 백인이 흑인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식당의 이름이 ‘쁘띠 콜린’인 점도 논란이 됐다. 쁘띠 콜린은 프랑스어로 ‘작은 정착민’을 뜻한다. 이 때문에 백인이 흑인 이주자를 몰아내는 장면이 연상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쾌한 음악과 웃음소리 뒤에 뜨는 "새로운 골프(Der Neue Golf)" 라는 광고 문구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다. 철자를 조합하면 흑인을 비하하는 'Neger(검둥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논란 초기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다”며 해명하기도 했으나 결국 “우리가 봐도 광고가 혐오스럽다. 광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사과했다. 

또 “폭스바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주도로 설립된 회사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차별ㆍ비방ㆍ혐오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폭스바겐과 광고대행사는 자체 조사를 벌여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해고ㆍ법적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독일계 기업이 인종차별 광고로 논란이 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3월 독일 DIY(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 전문 기업 '호른바흐'는 한 영상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엔 백인 남성 노동자가 등장한다. 밭을 갈고, 정원을 손질하는 그들의 옷은 땀과 흙, 검댕이 묻어 더러운 상태다. 

그 옷은 세탁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진공 포장돼 아시아 도시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된다. 그 옷을 구매한 사람은 동양 여성이다. 그는 포장을 뜯고 옷의 냄새를 맡으며 황홀경에 빠진다. 눈을 뒤집고 있는 여성의 얼굴 위로 "이게 봄냄새다"라는 광고문구가 뜬다. 

광고에 등장하는 서구와 아시아의 풍경은 극명하게 대조된다. 백인 남성이 일하는 정원은 화창하고 푸르지만, 아시아의 도시는 칙칙하고 음울한 분위기다. 

백인 남성의 옷 냄새를 맡고 황홀경에 빠지는 아시아 여성의 모습도 문제다. 백인 남성이 아시아 여성에게 가지는 성적 판타지가 광고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의견이 많다. 인종차별인 동시에 여성혐오적이다.

논란이 되자 호른바흐는 "누구나 정원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며 "도시에 사는 이는 삶의 질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 이후 동양 여성 대신 서양 여성이 옷 냄새를 맡는 장면으로 수정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2017년 4월 독일 화장품 기업 '니베아'도 SNS에 인종차별 광고를 올렸다가 누리꾼의 믓매를 맞았다. 

광고는 밝은 분위기에 하얀 옷을 입은 여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위에 '흰색은 순수하다'는 광고 문구를 넣었다. 

그러자 "검은색은 순수하지 않은 거냐"며 백인 우월주의자의 주장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니베아는 “우리 광고에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깊이 사과한다”는 사과문과 함께 광고를 철회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니베아의 이미지 광고. 사진 페이스북 'NIVEA'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공포는 나와 다른 인종을 더 쉽게 혐오하고 차별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한 이후, 코로나19가 아시아에서 왔다며 아시아계 이주민을 차별ㆍ혐오한 사례가 유럽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이달 21일엔 독일 뒤셀도르프의 유명한 식당이 중국인을 혐오하는 인종차별 글을 SNS에 올렸다가 미슐랭 가이드에서 퇴출당한 일이 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독일 베를린에서 인종차별적 공격과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조차 미온적으로 대응해 더욱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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