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언론순회방역 릴레이 기자회견 현장. 사진 권이민수 기자

[AP신문=권이민수 기자] 29일, 내리쬐는 햇빛으로 뜨거운 여의도에 성 소수자와 성 소수자 연대인이 모였다.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 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가 주최한 '혐오언론순회방역 릴레이 기자회견'이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 앞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5월 7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됐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확진자가 방문한 곳이 게이 클럽이라며 성적지향(개인이 특정 성별에 느끼는 감정적, 성적 끌림)을 문제 삼는 듯한 기사를 냈다. 기사 내용엔 지나친 사생활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보도 행태는 성 소수자를 아웃팅(성 소수자의 성적지향ㆍ성 정체성을 함부로 외부에 공개하는 것)하고 혐오를 조장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위협을 느낀 성 소수자가 코로나19 전염검사를 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관련 기사
[미디어비평] 코로나19 이용해 동성애 혐오하는 언론

5월 12일 성 소수자 단체 23개 단위(29일 기준)는 대책본부를 꾸렸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ㆍ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성 소수자 집단에 검진을 독려하며 방역 당국과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시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은 30분 남짓 진행됐다.

사회는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연대'의 남웅 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온라인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자회견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국민일보는 성 소수자 혐오 선동에 앞장섰다"며 국민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기도 했다.

무지개예수ㆍ용산 나눔의 집ㆍ성공회 길 찾는 교회 원장 사제 자캐오 신부. 사진 권이민수 기자

첫 번째 발언은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무지개예수'의 자캐오 신부가 시작했다.

자캐오 신부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국민일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일보가 언론사로써 스스로 다짐하는 존재 의미와 제작 방향을 '사랑ㆍ진실ㆍ인간'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 국민일보의 기사는 '편견ㆍ차별ㆍ혐오'가 담긴 왜곡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일보 일부 기자의 선정적이고 악의적인 보도 행태는 한국 사회의 긍정적인 역동성과 전염병 재난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 사실을) 말하는 게 이제는 입이 아플 지경"이라는 말도 남겼다.

발언 중인 가브리엘 활동가(가장 왼쪽). 사진 권이민수 기자

두 번째 발언은 HIV(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 감염인 인권연대 '나누리플러스'의 가브리엘 활동가가 맡았다. 

그는 "보수 언론은 게이가 문제인 것처럼 혐오하는 기사를 마구 내보내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 게이라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언론의 혐오 조장 보도에 성 소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피하게 되는 이유는 "(성 소수자들은) 자신이 드러났을 때 온갖 혐오와 차별, 심지어 가족에게도 쫓겨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 활동가에 의하면 성 소수자는 자신의 성적지향이 부끄러워 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검진받는 것을 꺼리다는 것이다. 

가브리엘 활동가는 "(혐오 조장 보도로)성 소수자들이 공격받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며 "함께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칠판)을 찌르는 노란 화살표에는 '국민일보'가 적혀있다. 사진 권이민수 기자

발언 이후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퍼포먼스를 맡은 담당자들은 '국민일보'라고 적힌 화살를 들고 '인권'이 적힌 칠판을 찔렀다.

남 사회자는 "국민일보가 인권을 해치고 있습니다!'라며 좌중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기자회견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인 홀릭 위원장의 성명서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성명서에는 국민일보 규탄과 함께 국민일보의 보도에 반기를 든 내부 언론인들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혐오언론순회방역 릴레이 기자회견은 국민일보에서 시작해 뉴시스, 머니투데이 등 대책본부에서 꼽은 대표적 혐오 조장 언론의 본사 앞에서 진행됐다. 마무리 기자회견은 오후 5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열렸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