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평] 써브웨이, 이런 광고 만들면 섭하지

여성을 향한 관음적인 시선, 신체접촉, 주거침입까지
성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광고로 인터넷에서 논란

황지예 승인 2020.06.01 17:04 의견 0
사진 써브웨이 유튜브 캡처

 

[AP신문=황지예 기자] 최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써브웨이 광고다. 지난 4월 30일 써브웨이 공식 유튜브에 '로티세리 바비큐 치킨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생활!'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인터넷이나 매장 내부 전광판 광고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화창한 봄 날씨에 외출을 하지 못해 갑갑해하던 여성이 써브웨이의 로티세리 바비큐 치킨 샌드위치를 먹고, 마치 봄날 잔디밭으로 소풍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못나가면 썹(subway, '써브웨이'를 축약한 것)하지'라는 광고 문구에서 알 수 있듯, 광고는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집에서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크게 네 부분이다.

사진 써브웨이 유튜브 캡처

사적인 공간에 다수의 남성 출연

광고 속 배경은 집으로 추정되는 사적인 공간인데, 여기에 다수의 남성이 들어온다. 

이 남성들은 써브웨이를 상징하는 초록색 전신 타이즈를 입고 있다.

남성들은 밖에서 창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벽 뒤, 소파 뒤 등에 숨어있다가 나타나기도 한다. 

심지어 피해자와 일면식이 있다는 설정도 없기 때문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처럼 보인다.

여성을 향한 관음적인 시선

집에 들어온 다수의 남성들이 써브웨이 샌드위치를 먹는 한 명의 여성을 지켜본다. 여성을 향한 관음적인 시선이 문제되는 장면이다.

사진 써브웨이 유튜브 캡처

불필요한 신체접촉

샌드위치를 베어물고 황홀한 표정을 짓는 여성을 여러 명의 남성들이 들어서 밖으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일어난다.

여성의 공포를 희화화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한 남성이 소파 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튀어나오고, 이를 본 여성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모르는 남성이 사적 공간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여성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공포인데, 광고는 이를 가볍게 연출해 희화화한다.

여성들은 이 광고를 보며 여성을 향한 관음적인 시선이나 불필요한 신체접촉, 주거침입 등을 떠올리고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불법촬영과 N번방 사건 등 여성혐오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시대착오적 광고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실제로 유튜브 댓글이나 SNS에 누리꾼들은 "여성을 옮기는 장면이 이상하다", "징그럽다", "광고를 보니 오히려 입맛이 떨어진다"는 평을 남겼다.

"굳이 남자가 여자를 들어서 옮기지 않아도 배경이 집에서 잔디밭으로 바뀌는 것만 보여줬어도 광고 효과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위터 등에서 써브웨이를 불매하겠다는 네티즌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써브웨이는 광고가 논란이 된 후, 공식 유튜브에 4월 30일 자로 올렸던 영상을 동영상의 주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부 공개'로 돌렸다. 

공식 계정 동영상 목록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위) '일부 공개'로 전환된 4월 30일에 올라온 광고. (아래) 6월 1일에 새로 올라온 광고. 이미지 써브웨이 유튜브 캡처

 

위 이미지에서도 볼 수 있듯이 4월 30일에 올라온 영상은 조회 수 약 200만 회를 넘었는데도 '일부공개'로 전환돼 있다.

그리고 6월 1일에 똑같은 영상이 다시 업로드됐고, 당일 기준 약 4천 회 정도 재생됐다.

두 영상은 총 59초 길이의 똑같은 영상이다.

같은 영상을 다시 올린 이유는 4월 30일에 업로드한 영상에 광고를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써브웨이는 '썹'이라는 단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장성규 등을 통해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B급 감성을 광고에 잘 녹여냈다. 

또한 화사(RBW), 강다니엘(커넥트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델로 기용해 주 고객 층인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광고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광고는 재미보다 불쾌함이 앞서고 선을 넘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만큼 여성 고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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