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놀면 뭐 하니?' PPL 장면. 사진 MBC

[AP신문=하민지 기자] PPL(Product Placement, 콘텐츠 내 제품을 배치해 간접 광고하는 것) 광고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순하게 상표나 로고를 살짝 보여주는 것에 그쳤는데 이제는 PPL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국내 TV 프로그램의 PPL 경향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경향을 잘 살펴보면 프로그램 장르에 따라 어떤 전략을 택해야 시청자가 거부감 없이 간접 광고를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예능, 대놓고 광고하기
가식 없는 솔직함이 무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가 이건 간접 광고라는 걸 대놓고 이야기한다. 제품의 성능을 칭찬 일색으로 설명하거나 브랜드 이름을 일부러 여러 번 부르기도 한다. 중요한 건 가식 없이,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에 묻은 인주를 클렌저로 바로 닦아낸 장도연. 사진 SBS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SBS 파일럿 예능 '텔레비전에 그게 나왔으면(이하 텔레그나)'이 있다. 아예 PPL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텔레그나는 '선한 PPL'을 내세우며 기획됐다. 장도연(코엔스타즈), 송가인(포켓돌스튜디오), 양세형(라인엔터테인먼트) 등 전 연령층에 꾸준히 사랑받는 호감형 스타가 출연해 PPL 게임을 벌였다.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제품을 홍보하면 승리한다. 우승 모델료와 PPL 제품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됐다.

프로 예능인의 재치가 PPL의 거부감을 없앴다. 장도연은 미션 제품으로 화장을 지워주는 클렌징 제품을 받았다. PPL 모델 계약서에 지장을 찍느라 엄지손가락에 인주가 묻었는데, 그 자리에서 클렌징 제품으로 지웠고 시청자는 기발하다며 호평했다.

또한 제품 홍보 미션이 제품을 과하게 클로즈업하거나 제품의 성능만을 지루하게 나열하는 식으로 구성돼 있지 않았다. 재미있는 분장을 한 후 클렌징 제품으로 분장 지우기, 콜라겐 건강 기능 분말을 물에 타서 친구들에게 한 입씩 먹이기 등 자극적이지 않되 미션 경쟁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MBC 예능 '놀면 뭐 하니?'는 PPL을 대놓고 한다. 유재석(FNC엔터테인먼트)은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며 "삼성 비스포크님 고마워"라고 이야기했다. 박명수(거성 엔터테인먼트)는 교촌치킨의 바이오 사업을 홍보하며 "날 좀 바이오(봐요)"라고 말해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다.

'놀면 뭐 하니?' 제작진은 유재석과 박명수의 홍보 멘트를 편집해 마치 빠른 음악에 랩 하듯이 구성했다. '관짝 소년단'이라 불리는 최신 인터넷 밈까지 넣어 시청자의 거부감을 최대한 완화했다.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아이디 눈***은 "그래. PPL 할 거면 이렇게 짧고 화끈하게 하자", 아이디 민윤****은 "PPL 진짜 잘하네. 이렇게 대놓고"라며 호평 중이다. 전반적으로 지상파 방송국이 간접 광고에 대한 근엄한 태도를 버리고 가식 없이 솔직하게 PPL을 보여주는 것에 큰 환호를 보내고 있다.

드라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PPL도 하나의 이야기가 돼야 한다

시청자는 예능엔 관대하지만 드라마엔 다소 엄격하다. 조금이라도 PPL 티가 나면 "드라마를 보는 건지 광고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며 비판한다. 티 나고 부자연스러운 PPL 장면은 조롱거리가 돼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다닌다.

잘 만든 드라마 PPL로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꼽힌다. 하남돼지집, 신협 등의 브랜드가 드라마 전개와 어울리게 녹아들었다.

바쁜 의사가 짬을 내서 삼겹살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는 장면. 사진 tvN

바쁜 의사가 짬을 내 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육류 브랜드 하남돼지집의 삼겹살이 등장한다. 평소에도 먹성이 좋아 음식을 많이, 빠르게 먹는 의사 채송화(전미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분)는 삼겹살이 맛있다며 허겁지겁 먹는데, 병원 구내식당 밥도 그렇게 먹어 왔던 캐릭터라 전혀 어색함이 없다.

신협은 병원에 있는 은행으로 등장한다.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인자한 캐릭터, 소아과 의사 안정원(유연석(스타쉽엔터테인먼트(킹콩 by 스타쉽)) 분)은 신협에 만기 된 적금을 타러 간다. 신협을 나오면서는 "적금 타면 인형 주신다던데 저도 주시면 안 돼요?"라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 중 신협의 돼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홍보됐다.

안정원은 진료실 내 다른 인형들 옆에 신협에서 받아온 돼지 인형을 뒀다. 소아과 진료실에는 어린이가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원래 인형이 많아서 돼지 인형 하나 더 놓는 게 어색한 일이 아니다. 또한 진료 장면마다 돼지 인형이 카메라에 잡혀서 홍보 효과는 배가 됐다.

PPL을 소재로 한 드라마 '꼰대인턴'에 출연 중인 배우 박해진(마운틴무브먼트). 사진 MBC

최근에는 PPL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등장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꼰대인턴'이다. 드라마는 한 식품 기업의 마케팅 영업팀이 일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마케팅 영업팀은 자사 식품을 어떻게 하면 잘 홍보할 수 있을지 회의하고, 회의하다가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PPL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도 나온다.

PPL로 난무할 것 같은 내용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제품이 마케팅 영업팀 에피소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시청자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장면은 30초간 방영돼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사진 SBS

반면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피곤한 PPL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흥행 불패의 신화를 써 온 김은숙 작가 작품임에도 시청률이 연이어 하락하고 있다.

일단 주연 배우 김고은(BH엔터테인먼트)과 이민호(MYM엔터테인먼트)가 현재 전속 모델로 활동 중인 브랜드가 총출동한다. BBQ, 가히, 셀리턴 마스크 등이 드라마의 전개와 상관없이 갑자기 등장했다. 황실 근위대 대장 조영(우도환(키이스트) 분)의 양복 안주머니에서는 팩에 담긴 김치가 나오기도 했다.

제일기획이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시청자가 PPL에 거부감을 느끼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스토리 전개상 부자연스러울 때, 단순한 노출이 반복될 때 시청자는 PPL을 싫어한다. 제일기획이 진행한 조사에서 이 두 가지에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인 86.7%다.

더 킹은 딱 이 두 가지를 반복한다. 이민호는 드라마에서 BBQ 치킨을 수도 없이, 그것도 갑자기 먹는다.

해외는 OTT에 '올인'

해외 PPL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들어가는 간접 광고 비용만 계산해도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해외 광고주는 넷플릭스, 훌루 등 OTT에서 만들어지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눈을 돌린 상황이다. OTT 콘텐츠는 TV와 달리 전 세계 시청자가 스트리밍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을 국경을 초월해 알릴 수 있는 것이다.

많은 OTT 서비스가 이미 시청자의 연령, 위치, 소비 습관, 브랜드 선호도 등 세부 정보를 기반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TV 프로그램과 다른, 광고 지면으로서 OTT의 강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OTT는 이미 구축해 놓은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정보로 광고주에게 더욱 알맞은 PPL 상품을 제공한다. 넷플릭스와 훌루는 일찌감치 PPL 마케팅 부서를 만들었다. 

OTT 서비스는 우리나라와 달리 오리지널 콘텐츠에 PPL이 잘 녹아들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OTT 시장이 확장된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속 상황에 맞는 장면에 브랜드를 배치하는 스타트업이 따로 생겨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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