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광고에 출연해 힙합 랩과 춤을 선보인 유튜버 박막례. 사진 농협

[AP신문=하민지 기자] 그동안 시니어 모델은 의약품이나 건강 기능 식품 광고에 주로 출연해 왔다. 광고계가 시니어 모델을 발탁할 때는 모델의 '늙음'을 강조해 광고를 제작했다. 

나이 들어 생기는 신체 변화, 건강 문제,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 이야기 등 '늙음'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맞게 시니어 모델을 활용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시니어 모델이 광고계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의약품과 건강 기능 식품 광고뿐 아니라 젊은 층이 타깃인 패션, 스포츠웨어, IT 브랜드의 광고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시니어가 주요한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시니어는 그동안 다져놓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다. 특히 스마트 기기에도 익숙해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 고객이 됐다.

이렇게 주요한 소비층이 된 시니어를 광고가 타깃팅하지 않을 리 없다. 광고는 지갑을 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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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모델이 광고계 블루칩이 된 건 시대가 변하면서 연령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경계가 희미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영국의 한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 취미와 관심사는 나이의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8%뿐이다.

이런 흐름이 국내에서도 포착되는 중이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14일, 마케팅 업계에서 '연령 불가지론'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령 불가지론이란 특정 세대가 공유하는 삶의 방식이 없다는 뜻이다. 

젊은 아이돌 팬덤만 하는 음원 스트리밍 운동을 송가인(포켓돌스튜디오)의 시니어 팬덤이 진행해 멜론 사상 최초로 천만 회, 이천만 회 스트리밍 달성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것만 봐도 그렇다.

이렇듯 소비자가 연령과 상관없이 다양한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업계도 소비자를 연령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경향에 따라 작년 말부터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에 시니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부터 시니어 모델을 발탁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금융, IT 등으로 점점 넓어지는 중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로 젊은 층이 타깃인 브랜드가 시니어 모델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오롱스포츠 모델 김혜자, MLB 모델 김칠두와 문숙, 안다르 모델 최순화. 오른쪽 상단 광고 화보에서 흰색 옷을 입은 모델이 김칠두다.

코오롱스포츠는 작년 10월, 80대 배우 김혜자를 모델로 기용했다. 당시 업계는 '파격 시도'라며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혜자와 함께 투톱 체제로 발탁된 모델은 30대인 배우 류준열(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었다.

작년 12월에는 60대인 모델 김칠두(티에스피모델)와 배우 문숙(더블에스지컴퍼니)이 캐주얼 패션 브랜드 MLB 모델로 발탁됐고, 모델 최순화(티에스피모델)가 안다르 레깅스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배달의민족 광고 모델 문숙. 사진 배달의민족

문숙은 4월 공개된 배달의민족 광고 '배민 오더' 편에 출연했다. 맛집 앞에서 젊은 사람이 줄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문숙은 그들 사이를 런웨이 걷듯 지나가며 금세 음식을 포장해 간다. 배민 오더로 주문해서 음식을 빨리 받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현대차가 3월 공개한 올 뉴 아반떼 광고에는 콘서트 티켓팅을 하며 삶을 즐기는 여성 시니어 모델 4명이 출연해 누리꾼의 호평을 받았다. 유튜버 박막례는 농협이 2월에 선보인 광고에 출연해 힙합 랩을 선보였다. 조회 수는 6월 2일 기준 430만 회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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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모델을 발탁할 경우 기존의 젊은 고객층을 잃을까 봐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 반응을 보면 그렇지 않다. 광고 효과가 좋은 편이다.

패션계의 경우 광고계보다 일찍 시니어 모델을 패션쇼에 세웠다. 시니어 모델이 패션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게 2010년부터이니, 광고계보다 10년 정도 빨랐던 셈이다. 그래서 광고계도 패션 브랜드부터 시니어 모델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모델이 패션쇼에 서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지난 2015년에 발표된 논문을 참고해 분석해 보자면 시니어 모델을 발탁할 경우 세가지 광고 효과가 있다.

우선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다. 김혜자를 모델로 기용한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아웃도어의 전형적인 광고 모델 전략과 차별화했다. 자연을 즐기는 데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니어 모델을 활용한 차별화 전략은 젊은 층에도 유효하다. 현대차 아반떼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반떼는 20ㆍ30대의 첫 번째 차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시니어 모델이 출연한 광고를 본 누리꾼은 "광고가 세련됐다. 다음 차도 현대차 타고 싶을 정도로 너무 기분 좋다", "광고 보고 차 바꾸고 싶다는 생각 처음 해 봤다", "광고 좋다. 차 예뻐서 탐난다"는 댓글을 달며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누리꾼의 반응대로라면, 시니어 모델을 기용한 광고 덕에 20ㆍ30대가 다음 차도 아반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타깃 소비자층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 브랜드의 원래 주요 타깃층이었던 젊은 층과 새로운 소비 주체인 시니어층까지 소비자층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세대 간 관계 형성'이라는 공유와 소통의 가치도 생겨난다. 이를테면 문숙이 모델로 나선 MLB 제품을 부모와 자녀가 같이 착용할 수 있다.

이렇게 시니어는 광고계의 핵심 소비자이자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광고의 모델로서 부상하고 있다.

 

※ 참고 자료: 김선영(순천대학교), 현대패션에서의 시니어 시크(Senior Chic) 활용 유형과 의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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