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성교육 광고,"당신의 아이가 나를 보고 있어요"

성교육 광고에 포르노 배우 등장
국내는 성폭력 예방ㆍ인식 개선 홍보 영상뿐
심에스더 성교육 전문가 "성은 우리 삶의 중요한 권리란 것 가르쳐야"

권이민수 승인 2020.06.17 17:53 | 최종 수정 2020.06.17 18:09 의견 0
사진 유튜브 'Keep It Real Online' 캡처


[AP신문=권이민수 기자] 뉴질랜드 정부가 제작한 성교육 공익광고에 포르노 배우가 등장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온라인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현실감을 유지하세요(Keep It Real Onlin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노 배우가 등장하는 성교육 공익 광고는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광고는 지난 7일 공개됐다. 

광고는 나체의 포르노 배우 두 명이 한 소년의 집 앞에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벨소리에 문을 연 중년 여성은 두 배우를 보고 크게 놀란다. 두 배우는 중년 여성에게 당신의 아들이 스마트 기기 등으로 포르노를 찾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또 "우리는 성인을 위해 연기한다. 하지만 당신의 아들은 아직 어리다"고 말하면서, 포르노 영상으로 성을 배우면 현실에서 진정한 관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중년 여성이 부르는 소리에 뒤늦게 현관에 도착한 아들은 두 포르노 배우를 보고 깜짝 놀란다. 중년 여성은 아들에게 "온라인과 현실 속 진짜 관계의 차이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광고는 몰래 포르노를 본 소년을 질책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그 대신 양육자에게 자녀와 함께 성을 이야기하라고 권한다.

이번 광고를 본 성교육 전문가 심에스더 강사는 16일 AP신문에 "광고가 유쾌하다. 재밌게 봤다. 성을 숨기지 않고 포르노가 일으키는 문제에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있어서 부러웠다"고 전했다.

국내의 경우 성교육 관련 광고가 전무하다.

여성가족부나 공공 기관ㆍ지자체에서 홍보 광고를 제작하긴 한다. 하지만 성을 직접 다루는 내용보다는 성폭력 피해 예방이나 성폭력 인식 개선 홍보 광고가 대부분이다. 

여성가족부가 2014년 공개한 '성폭력국민인식개선 홍보영상'이 대표적이다. 광고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광고는 2011년 슬럿워크(야한 옷차림을 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를 다루고 있다. 슬럿워크 시위는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캐나다의 한 경찰관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야한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반발하며 일어났다.

분노한 시민은 '야한 옷차림이 YES(예스, 긍정)을 의미하지 않는다'와 같은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시위는 미국, 영국, 호주 등 60여 개의 국가로 이어졌다.

이후 광고는 허락(동의)을 다룬다. 성폭력이란 상대방의 허락 없이 이뤄지는 성적 폭력이고, 허락받지 않았다면 성폭력이니 멈추라고 알려준다.

포르노 배우가 등장해 놀란 아들. 사진 유튜브 'Keep It Real Online' 캡처

 

국내 성교육 광고는 왜 성폭력 예방ㆍ인식 개선만 주제로 삼는 것일까?

심 강사는 "국내의 경우, 전 세대에 걸쳐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성을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는, 막막한 분위기다. 그래서 국내는 뉴질랜드처럼 성을 직접 다루는 광고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성폭력 문제는 피해자인 여성에게 오히려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해결해온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제작하기 시작한 성교육 광고가 '성폭력 예방ㆍ인식개선' 광고다.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이를 시작으로 더 다양한 성 이야기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강사는 성을 말하기 꺼리는 국내 분위기상 피임이나 성관계 이야기는 학교 성교육에서조차 꺼내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성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누구나 적극적으로 알고, 배우고, 이야기하고, 누려야 하는 우리 삶의 중요한 권리다. 한국에도 이것을 가르치는 광고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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