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와이든+케네디 홈페이지
 

[AP신문=황지예 기자] 세계적인 독립 광고 대행사 와이든+케네디(Wieden+Kennedy)가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에 동의하지 않는 고객과는 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와이든+케네디는 1982년 댄 와이든과 데이비드 케네디가 설립한 회사다.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 본사가 있다. 

런던, 도쿄, 상하이 등에 지부가 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 등 초대형 기업의 광고를 담당해 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광고 전문지 애드에이지(AdAge)가 뽑은 최고의 광고대행사 상을 받기도 했다.

와이든+케네디는 18일(현지 시각) 인스타그램에 한 영상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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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
이 명제에는 어떤 논쟁의 여지도 없다.
만약 당신이 이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직원으로서는
-당신은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한다.
파트너로서는
-우리는 당신과 제휴하길 원하지 않는다
고객이라면
-우리는 당신이 다른 대행사를 찾아보는 걸 기꺼이 환영한다.
관계는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당신이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함께 일하기에는 서로 너무 다르다.

와이든+케네디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사의 직원, 파트너 그리고 심지어 광고를 맡기는 고객까지도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우리는 모든 것에 반(反)인종차별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사회 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현재 미국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흑인 인권 지지 시위의 슬로건이다. 

이 시위는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위조 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던 중,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실제로 와이든+케네디의 주요 고객인 나이키, 맥도날드 등 글로벌 대형 기업도 이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광고를 공개했다.

나이키는 유명 슬로건 '그냥 해(Just do it)’를 '이번 한 번만이라도, 하지 마라(For once Don't do it)'로 변형한 광고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논쟁이 될 만한 정치적인 문제는 피하는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 맥도날드 또한 미국 경찰에게 희생된 흑인의 이름을 나열하며 흑인 사회를 지지할 것을 공언하는 광고를 내놓은 바 있다.
 

자사 로고의 빨간색 배경을 검정색으로 변경한 맥도날드. 사진 맥도날드 유튜브 캡처
와이든+케네디의 고객 중 이 논쟁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곳은 페이스북이었다.

페이스북은 시위가 촉발된 이후에도 트위터 등 다른 SNS와는 달리 해당 시위에 대한 미지근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직원이 파업을 벌이는 등 안팎에서 논란이 일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5일 직원에게 해당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미국의 광고 주간지 애드위크에 따르면 와이든+케네디 관계자는 "이번 성명서를 통해 와이든+케네디가 기존 고객과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 대부분이 이미 흑인 인권 시위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성명이 보수적인 소비자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침묵하는 잠재적인 고객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애드위크에 따르면, 시위가 촉발되고 2주가 더 지난 후에 성명을 발표한 이유에 관해 와이든+케네디의 한 관계자는 "공적인 성명 발표보다는 회사 내부에서 이 불평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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