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슈퍼콘 모델 유재석과 롯데제과 월드콘 모델 페이커. 사진 빙그레, 롯데제과

[AP신문=하민지 기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다. 아이스크림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단 뜻이다. 빙과 업계는 일찌감치 성수기를 대비해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현재 빙과 시장은 빙그레와 롯데의 양강 체제다. 빙그레가 지난 4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롯데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가 지난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 1위는 롯데제과(32.5%)다.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27.9%)가 롯데제과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롯데제과 아이스크림 중 가장 유명한 건 월드콘이다. 20년간 빙과류 판매 1위를 지켰다. 빙그레는 2018년 4월, 슈퍼콘을 내놓으며 월드콘을 추격했다.

슈퍼콘이 먼저 손흥민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댄스 챌린지를 선보였다. 다음 모델은 유재석의 부 캐릭터 유산슬과 미스터트롯 준우승자 영탁이다. 빙그레는 이들과 함께 트로트 챌린지를 열었다. 

빙그레가 진행하는 챌린지가 흥행하자 롯데제과는 6년 만에 월드콘 광고 모델을 발탁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 선수다. e스포츠 1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전설적인 플레이어다.

월드콘 따라잡으려고 전력을 다하는 빙그레, 슈퍼콘의 맹추격을 피해 1위 자리 지키려는 롯데. 치열한 아이스크림 광고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여름 성수기 승자는 누가 될까. 광고로 살펴봤다.

광고전 라운드 1. 모델
빙그레, 전 연령층 공략
vs 롯데, 10대 타깃층 공략

빙그레는 유재석, 영탁을 모델로 기용했다. 유재석은 MBC 예능 '놀면 뭐 하니?'에 출연 중이다. '놀면 뭐 하니?'는 토요일 예능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다. 영탁은 공전의 히트를 친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준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유재석과 영탁은 인기 예능 출연자이자 트로트 가수고 전 연령층으로부터 사랑받는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빙그레는 롯데 뒤를 바짝 쫓아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자 전 연령층을 공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CM송에서도 '국민콘, 슈퍼콘'을 반복한다. 슈퍼콘이 국민 간식이 되는 게 목표인 듯하다.

롯데제과 월드콘 모델은 페이커다. 롤에 익숙한 10대에게 세계 랭킹 1위 게이머인 페이커는 방탄소년단 급 스타다.

광고는 거의 페이커 헌정 영상이다. 롯데가 월드콘이 아니라 페이커를 광고해 주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페이커가 승리하는 경기 영상을 보여주면서 '월드 클래스' 페이커처럼 월드콘도 '월드 클래스'란 걸 강조한다.

롯데는 아이스크림 주 소비층인 10대를 정조준해 공략한 듯하다. 20년간 빙과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으니 주 소비층만 집중 공략해 굳히기 작전에 들어간 것 같다. 1위를 선점한 자의 여유가 보인다.

광고전 라운드 2. 조회 수
빙그레, 일 7~8만 회 
vs 롯데, 일 4만 회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제일 많이 나온 광고 영상을 기준으로 살펴봤다. 6월 24일 오후 3시 30분까지 집계된 수치로 계산했다. 

광고가 최초 게시된 날짜를 기준으로 조회 수를 일할 계산한 결과 유재석이 등장한 광고는 하루에 약 8만 회, 영탁이 나오는 광고는 약 7만 회를 기록했다. 

롯데는 빙그레보다 조회 수가 살짝 적다. 하루 약 4만 회를 달성했다.

광고전 라운드 3. 캠페인
빙그레, 트로트 챌린지 
vs 롯데, 페이커 경품 증정

캠페인에서도 전 국민 간식이 되겠다는 빙그레의 전략과 10대만 공략하겠다는 롯데의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다.

빙그레는 손흥민 선수가 모델이었을 때 진행한 댄스 챌린지를 이어갔다. 유재석, 영탁과 함께 트로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챌린지 캠페인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향한 호감을 능동적으로 표출하게 하는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빙그레가 공개한 우승 작품을 보면 가족 단위가 많이 참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네댓 살 아이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가 CM송을 따라 부르고 슈퍼콘을 손에 쥐고 춤을 췄다. 전 연령층에 어필하려던 빙그레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듯하다.

월드콘 구매 인증 이벤트 이미지. 

롯데는 월드콘을 구매한 영수증을 인증하면 페이커 선수 관련 경품이나 롤 아이템을 주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건 캠페인이라기보다는 구매하면 증정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 캠페인을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페이커 선수 하나만 믿고 갔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소비자는 페이커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를 가지고 놀고 있다. 왜냐하면 게임은 세계 톱 클래스인 페이커 선수가 광고에서 다소 어색한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페이커 선수의 팬이자 월드콘 소비자는 페이커 선수의 어색한 연기를 좋아하고 있다.

능력 차이에서 오는 매력을 인터넷 밈 용어로 '갭 모에'라고 한다. 자기 전문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자인데, 전문 분야가 아닌 것에선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페이커 선수 팬은 그의 어색한 연기에 갭 모에를 느끼며, 광고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10대만 공략하고, 페이커 하나만 믿고 간다는 롯데의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

광고전 라운드 4. 매출
빙그레, 20% 증가
vs 롯데, 15% 증가

AP신문이 24일, 빙그레와 롯데제과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빙그레는 유재석ㆍ영탁 모델 발탁 후 매출이 20% 늘었고 롯데는 페이커 발탁 후 15% 늘었다.

매출은 빙그레가 조금 더 늘었지만 슈퍼콘이 월드콘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소리는 아니다. 각 브랜드 자체의 매출 추이를 의미한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는 건 빙그레가 롯데제과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년 1위인 월드콘의 아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진 않겠지만 빙그레와 롯데의 양강 구도가 견고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사실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이제 여름 성수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빙과 시장 투 톱인 두 브랜드 모두 여름 성수기 대비 스타 마케팅을 마쳤다. 성적표는 여름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유재석과 영탁, 페이커 선수가 등장한 광고 모두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올여름 어떤 아이스크림이 더 큰 광고 효과를 볼까. 라이벌이 된 두 브랜드의 광고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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