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평] ②일동제약 다온 - 피임약 먹는 게 손해가 아니라구요?

일동제약 다온, "피임약 먹는 거 나만 손해라 생각해?" "피임은 셀프야" 등으로 논란

황지예 승인 2020.06.25 08:15 | 최종 수정 2020.06.26 15:55 의견 0
사진 일동제약 유튜브 캡처

 

[AP신문=황지예 기자] 지난 5월 공개된 일동제약의 사전경구피임약 '다온'의 광고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로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며 많은 화제를 모은 가수 손담비가 출연한다.

기존 피임약 광고가 대부분 청순한 여성 대학생이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손담비는 정장을 입고 혼자 등장한다.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다수를 이룬다.

또한 기존 피임약 패키지가 핑크 일색인 것과 달리 다온은 파란색을 전면에 내세워 디자인에서도 차별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유튜브와 인터넷 배너 광고 등으로 공개된 후 SNS와 포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 "약이 왜 ‘스타일리시’해야 할까?"

사진 일동제약 다온 광고

 

다온은 "난 피임약도 스타일리시하게. 컬러부터 달라"라는 슬로건으로 패키지의 미적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청자는 "피임약은 약일 뿐인데 약이 왜 스타일리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의약품 광고는 약의 기능과 성분, 효과를 중심으로 홍보한다. 약 패키지가 '스타일리시'하다고 광고하지 않을 뿐더러 패키지 디자인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판매에 효과적인 패키지를 구상하는 것과 약이 스타일리시하다고 홍보하는 건 서로 다른 문제다. 여성용 피임약에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사회적인 강박이 약에까지 미쳤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또한 다온은 홈페이지에 "왜 피임약은 하나같이 촌스러울까요. 그래서 피임약을 사면 좀 더 깊숙하게 숨기고 싶었을지 모르죠"라며 "여성만을 위한다면 기분 좋은 촉감, 좀 더 세련된 디자인, 결국 패키지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말 여성들이 패키지가 촌스럽다는 이유로 피임약을 숨기는 것일까? 여전히 피임약 광고에는 "문란한 여자들이나 먹는 약", "꼴 보기 싫다"는 댓글이 달린다.

다온은 피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에 너무 단순하게 접근한 것은 아닐까.

▶ "피임약 먹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

사진 일동제약 유튜브 캡처

 

또한 광고에는 손담비의 목소리로 "피임, 누굴 위한 거야? 피임약 먹는 거 나만 손해라 생각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실제로 여성용 경구피임약은 부정출혈, 두통, 메스꺼움 등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피임약에는 복용 방법과 주의 사항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설명서가 첨부돼 있기도 하다.

또한 여성용 경구피임약 광고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직접 섭취해야 하는 약에 비해 비교적 사용법이 간단한 남성용 피임기구인 콘돔 광고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부작용을 동반하는 피임약 섭취가 여성에게만 강요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지속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피임약 먹는 것이 정말 손해라고 생각하나, 너를 위한 거다'라는 메시지가 소비자인 여성을 기만한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 "피임=자기관리?"

사진 일동제약 다온 광고

 

"피임은 셀프야"라는 문구 또한 논란이 됐다. 성관계는 남녀가 함께하는데 남성의 책임은 없애고 피임의 책임을 전부 여자한테만 묻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14년 공익 광고에 '피임은 셀프'라는 문구를 썼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사진 2014년 보건복지부 공익광고

 

이미 한번 논란이 된 적 있는 카피를 그대로 쓴 건 게으르다는 지적이다. 또한 피임을 자기관리와 연결시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사진 일동제약 다온 광고

 

임신의 위험 부담을 여성이 크게 지고 있고 앞서 말했듯 콘돔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어도 피임약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피임에 대한 압박도 여성에게 훨씬 크게 가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회ㆍ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하고 피임을 단순히 '자기 관리'라는 가벼운 단어로 표현하는 건 여성에게만 완벽할 것을 요구해서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일동제약은 지난 5월, 유튜브에 광고를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비공개로 돌린 후 문제된 부분을 삭제하고 6월 15일에 다시 광고를 유튜브에 올렸다.

현재 자기관리 편은 삭제됐고 약의 기능을 광고하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좋은 내일만 다 올거야' 편이 새롭게 업로드 됐다. 

사진 일동제약 다온 인스타그램 댓글 캡처

 

헬스케어 전문지 히트뉴스의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2019년 작년 한 해 사전경구피임약 매출은 2백억 원에 육박한다. 

머시론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일동제약은 다온, 유한양행은 센스데이 등을 내놓으며 피임약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각 기업은 주 소비층인 20ㆍ30대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일동제약은 홈페이지에서 '눈치 없는 신춘문예 공모전 다마래'를 진행하며 여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은 젊은 작가와 협업한 글짓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진짜 아름다움을 위해 강요된 기준을 버리다"라는 문구를 통해 최근 여성 사이에서 화제가 된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압박을 버리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우리가 촌스런 핑크빛 로맨스만 꿈꿀 거라 생각했어?"로 여성은 로맨스에만 관심이 있을 거라는 사회 통념을 은근히 비판하기도 한다.

2006년 처음 TV 광고에 등장한 이래로 피임약 광고는 시대마다 변화하는 여성상을 반영하며 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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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존에 반복됐던 '완벽한 여성', '피임은 여자의 것'이라는 내러티브로는 더 이상 승부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조금 더 여성 소비자를 존중하고 신중을 기한 광고를 기대해본다. 

한편, 과학 전문지 라이브 사이언스에 따르면 작년 3월 남성용 경구피임약 안전 검사 통과에 성공했다고 한다. 남성용 경구피임약이 출시된다면 광고는 어떤 모습일지, 여성용 경구피임약 광고만큼 자주 접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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