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왼쪽)이 'racism is not patriotism(인종차별은 애국심이 아니다)' 팻말을 들고 있다.

[AP신문=권이민수 기자] 페이스북을 즐겨 이용하던 소비자가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쓴 글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SNS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며 시위대를 비방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트위터는 이 글을 차별ㆍ혐오 글로 판단해 삭제했고, 페이스북은 그냥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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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소비자는 트럼프의 글을 방치한 페이스북에 항의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미국의 흑인 인권단체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 등 10여 개의 시민단체가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이익을 위한 혐오를 멈춰라(StopHateForProfit)' 운동에도 함께 하고 있다. 

'이익을 위한 혐오를 멈춰라' 운동은 페이스북의 광고를 게시하는 기업을 향해 7월 한 달간 광고 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소비자의 요구가 거세지자 광고주는 광고 보이콧을 결정했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160여 개의 기업이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대표. 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캡처

광고주의 광고 보이콧에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대표의 공개 반성, 광고 정책 변경 등 뒤늦은 대응에 들어갔다. 하지만 광고 보이콧에 동참하는 기업은 점점 느는 추세다.

페이스북 광고 보이콧은 미국 소비자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소비자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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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광고 보이콧 결정에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소비자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큰 관심을 보인다. 

소비자는 단순히 자신에게 좋은 것을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가치'에 맞는 소비를 하기 원한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광고주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광고 보이콧에 동참한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의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티셔츠 착용을 금지했다가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소비자로 인해 기업의 방향성이 바뀐 것이다. 

광고주의 광고 보이콧은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홍콩은 '홍콩 범죄인 인도법(이하 송환법) 반대 시위'가 크게 일어났다. 이 시기,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의 요청으로 광고주가 광고 집행을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 시민이 2019년 3월 송환법에 반대하며 전개한 시위다. 송환법은 일반 범죄자뿐 아니라 정치범도 중국 본토로 소환가능해 홍콩 시민의 반발을 산 법률이다. 

지난해 7월 7일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 현장. 사진 유튜브 'euronews (in English)' 캡처
 

홍콩의 최대 방송사인 TVB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취재하면서 친중국적인 편향 보도를 내보냈다. TVB의 보도에 분노한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기업에 TVB 광고 보이콧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온 음료 브랜드 포카리스웨트의 경우, 홍콩 시민의 요구를 따라 TVB 광고를 중단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시민이 너도, 나도 구매해 포카리스웨트가 매진되기도 했다. 

국내 소비자도 해외 소비자처럼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때로 갈등이 생길만큼 첨예한 사안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지난해 8월 일본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을때,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은 '조선일보는 매국신문'이라며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를 비판한 바 있다. 

물론, 국내 기업도 소비자를 따라 사회적 이슈에 소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까지 기업이 목소리를 내기엔 국내 분위기상 위험부담이 커 좀 더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때로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서 오히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향상되기도 한다. 

인종 차별 문제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낸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오히려 기업의 소극적인 반응은 페이스북, 스타벅스와 같은 역풍의 사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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