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권이민수 기자] 서울YWCA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관련 기사 중 15.3%가 성차별적 보도로 드러났다고 최근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를 '야동', '음란물' 등으로 표현하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심각성을 흐리는 보도가 다수 발견됐다. 

서울YWCA가 조사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보도한 성평등ㆍ성차별 기사 수. 사진 서울YWCA

서울YWCA는 'N번방' 검색어 임의 표본(랜덤 샘플링, 사회 일반 모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할 때에 표본을 추출될 확률을 같게 하기 위해 무작위로 표본을 고르는 방법)을 통해 2020년 1월 1일부터 4월 26일까지 네이버 포털 뉴스에 등록된 25,259개의 기사 중, 총 982개 기사를 모니터링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보도한 총 982건의 기사 중 성차별적인 보도 사례가 150건(15.3%, 중복허용) 발견되었다.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 보도 윤리를 고려하지 못한 기사가 재생산되고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용어 제대로 표현해야
문제적 용어 대신 불법 촬영물ㆍ성착취물 사용

여러 여성단체는 꾸준히 '몰카', '음란물'과 같은 용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를 여전히 '야동', '음란물'로 표현하는 기사가 114건이나 발견됐다. 

디지털 성범죄를 잘못 표현한 보도의 수. 사진 서울YWCA
 

문제의 기사들은 '불법 촬영물'을 '몰카'로, '성착취물'을 '음란물'로 표현하며 독자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디지털 성범죄를 사소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서울YWCA 측은 "모니터링 결과 음란물 용어 사용 사례가 97건 발견되었다. '음란’이라는 용어는 남성의 성욕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는 기본적 욕구로 정당화하고 현재 한국사회의 통념을 강화하고 재생산하기에 문제적이다"라고 밝혔다.  

가해자가 특별히 나빴던 것이 아니다
가해자는 언제나 우리의 일상 속에 함께했다

가해자의 생애, 발언 등에 주목해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만들어 성범죄 사건을 일상에서 분리된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례가 14건 발견됐다. 해당 기사들은 악마, 소시오패스, 부적응자, 짐승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해자를 비일상적인 존재로 표현했다. 

서울YWCA 측은 "성범죄 사건 보도 시 가해자를 비일상적인 존재로 표현하는 것은, 대부분의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나 가해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혹은 권력을 이용하여 발생한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또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가해자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기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언론보도에서 악마, 소시오패스, 부적응자와 같은 단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피해자 신상 노출,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 주는 표현 주의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고려할 때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할 점은 피해자 보호다.

서울YWCA는 "성범죄 보도 시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몇 가지 간접적인 정보 제공만으로도 피해자의 신원을 노출 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 표현 또한 지양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피해자를 무조건 수동적인 존재로 그리며, 성범죄 피해는 치유되거나 극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재생산하는 사례는 8건 발견됐다. 

"고통 속에 사는 피해자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고통", "씻을 수 없는 대못질",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등의 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YWCA에 의하면 이런 표현은 성범죄 피해를 회복 불가능한 수치스러운 일로 묘사하기에 문제가 있다. 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서울YWCA 측은 "디지털 성범죄 보도 윤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기사는 오히려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약화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다루는 보도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계속 제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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