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김효진 기자]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이 아직 일주일 가량 남았지만, 연일 30도 이상의 기온을 오르내리는 날이 많다. 이럴 때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맥주를 마시면 어느정도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지만, 목을 축인다고 과하게 마시면 안 된다. 지나친 음주가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맥주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광고를 한적도 있다. 심지어 산모와 산모의 젖을 먹는 아이에게도 이롭다며 맥주의 효능을 과대포장해 광고했다.

약 100여 년전에 공개된 구한말 맥주 광고와 프랑스의 광고

▲ 구한말 맥주 광고  사진 : 한국디자인진흥원
위 사진은 대한제국 궁내부(조선말기 왕실 업무를 총괄했던 관청)와 일본 궁내에서 어용(御用 왕이 사용) 했던 '에비스 맥주' 광고다.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개화인이 아니며, 맥주는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효험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주인 막걸리와 소주를 못마시게 하고 맥주를 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전통 문화를 말살하려 했던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

"세상에 주류는 여러백가지가 있으나 맥주같이 몸에 해롭지않고 도로혀 효험이 많은 것이 없고 개화한 국민은 능히 음용할것이며 맥주중 인물표 '에비수 맥주'가 제일이며 세계각국인이 매우 칭찬한 것이오."

라고 광고 카피가 씌어 있다.

사진 : 한국디자인진흥원
 

사진 : 한국디자인진흥원
당시 조선인들의 입맛을 잡기 위해 펼쳐졌던 일본 맥주 브랜드 '삿뽀로'와 '아사히 맥주'의 공동 광고도 이채롭다.

거품이 넘치는 맥주잔의 이미지와 보리 이삭을 잔 왼쪽에 그려 넣은 그래픽이 재미있다. 브랜드 이름 위에 ‘國産'(국산)이라 표기된 점이 우리 역사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2년 전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 간담회에서는 맥주가 등장한 약식 '호프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그때 제공된 맥주는 국내 소상공인이 만든 '수제 맥주'였다. 100여 년전 일본 맥주를 국산 맥주로 알고 마셨던 선조들이 알면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다.

맥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구한말이다.

1876년 개항 이후, 서울과 개항지에 일본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일본 맥주도 흘러 들어왔는데, 초기에 들어온 맥주가 '삿뽀로 맥주' 였다. 그 후 1900년을 전후로 '에비스 맥주' 와 '기린 맥주'가 들어왔다.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조선맥주 주식회사를 설립한 게 국내 맥주회사 설립의 시초가 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기린맥주 주식회사가 소화기린맥주(동양맥주의 전신)를 설립했다.

이 두 회사는 해방과 함께 1945년 적산 관리 공장으로 지정돼, 미국 군정에 의해 관리돼 왔다. 그 후 1951년에 이르러 민간에게 불하됐는데, 넘겨받은 민간업체가 바로 조선맥주(현재 하이트맥주) 주식회사와 동양맥주(현재 오비맥주) 주식회사다. 국내 맥주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아래 광고는 1900년초 프랑스의 맥주 광고 이미지다. 구한말과 일제시대 맥주광고처럼 프랑스에서도 맥주가 몸에 좋다고 광고를 했다.

잘 보이지 않지만 아래 맥주 광고를 설명하는 카피에는 "맥주는 영양가가 높습니다. 젖먹이들은 엄마가 얼마나 자주 맥주를 마셨는지 그 차이를 금방 알아챕니다. 실컷 마시세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지금은 실소를 불러일으키는 카피다.

1902년 프랑스 맥주 광고
 

1902년 프랑스 맥주 광고
※ AP신문의 '애드B' 섹션에 속한 기사는 흔히 'B급 광고'로 불리는 키치(kitsch)광고, 고전 광고, 감동적인 광고 등 특정 시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화제가 되고, 사랑받는 광고를 모아 소개하는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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