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광고평론 #105]

※ 평가 기간: 7월 2일~7월 8일

[AP신문=하민지 기자] 농심켈로그가 지난달 26일에 공개한 광고입니다. 16년 전, 첵스 초코나라 부정 선거를 기억하고 있던 많은 시청자가 이 광고에 열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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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일단 재밌습니다. 1분이 넘는 긴 분량이지만 여러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것)이 섞여 있어서 시청자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첵스 초코나라 부정 선거, 관짝소년단, gg("좋은 게임(good game)이었다"라는 뜻으로 패배를 인정할 때 쓰는 말) 등 16년 전 부정 선거 사태를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웃음 지을 만한 밈을 광고에 녹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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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 광고평론가는 여러 밈을 활용해 빛나는 광고를 만들었다며 창의성에 별점 4점을 줬습니다. 또한 농심켈로그가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브랜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 평가하면서 광고 효과의 적합성에 4.5점을 매겼습니다.

밈으로 브랜드 진정성 재밌게 풀었다

광고평론가는 농심켈로그가 밈을 재미있게 활용한 방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초코나라 부정 선거 밈을 이야기하면서도 소비자의 열망에 응답했다는 메시지를 줘서 브랜드 신뢰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봤습니다.

2010년 이전, 4대 매체(TV, 신문, 잡지, 라디오)가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때는 USP(unique selling point. 고유의 강점)를 명확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광고가 인기 있었다.

하지만 4대 매체가 몰락하고 디지털 매체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대중이 광고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제품의 USP와는 별개로 인터넷에서 재생산될 수 있는 '밈' 형 광고가 많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잠깐은 광고가 밈을 생산했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 이미 유행한 밈을 광고 속에 넣는 전략이 많이 성공한다. 첵스 파맛 광고는 현재 유행하는 밈을 그대로 재생산한 형식을 취한 광고다.

관짝 밈 같은 크리에이티브가 첵스 파맛의 USP를 드러내진 않는다. 이렇듯 표면적이고 일시적인 밈의 형태만 그대로 재현한 광고라 광고 자체만 봤을 때는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초코나라 부정 선거 등 이미 존재하던 밈에서 시작한 배경이 있다 보니 이런 피상적(겉으로 드러난 현상하고만 관계 있는 것) 크리에이티브가 오히려 빛날 수 있다.

홍산 평론가

뉴트로(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와 밈으로 브랜드 진정성을 재밌게 풀어 소비하기 좋은 광고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트렌드를 잘 활용했고, (소비자와의) 쌍방향(소통)을 추구하는 마케팅 트렌드까지 조화롭게 소화했다.

한자영 평론가

흥미와 호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광고다. 광고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로 일관돼 있는데도 전달력이 굉장히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광고 타깃층과 목표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포함해 PR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유머 속에서 신뢰를 끌어낸, 노련한 광고다.

박진희 평론가

초코나라 부정 선거 사태라는 독특한 브랜드 히스토리를 잘 살린 광고다. 특히 논란이었던 부정 선거에 대한 농심켈로그의 대답을 배경음악(태진아 '미안 미안해'를 개사한 CM송)으로 잘 전달해 흥미로웠다.

마지막 농심켈로그 로고가 등장하기 전, 게임을 즐기는 20ㆍ30세대에게 익숙한 'gg'라는 글자를 확대해 '그래, 내가 졌다. 파맛 만들었다'는 의미까지 재미있게 전달했다.

김정민 평론가

지루하지 않은 풀송(가사가 있는 CM송)으로 첵스 파맛의 이야기를 잘 풀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도 있고 재미도 있다.

김기섭 평론가

인터넷에서 흥행하는 밈을 가져다 써서 트렌디하다. 16년 전 고객을 농락해 밈이 된 소재를 기어코 살린 농심켈로그가 여러 밈을 섞어 국밥 같은 광고를 만들었다. 첵스 파맛 제품을 기획한 사람도, 광고를 기획한 사람도 동년배(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밈 단어)일 것.

광고주의 니즈와 광고 제작사의 공급, 소비자의 욕구가 잘 맞아떨어진, 꽤 신선한 광고다.

박은지 평론가

이렇듯 호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아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광고에 사용된 밈을 모르면 광고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자영 평론가는 "광고와 이어지는 히스토리, 즉 초코나라 부정 선거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이 광고의 유머 코드가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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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광고와 어울린다" vs "부적절했다"

배경음악에 관해선 평론가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박은지 평론가는 "광고에 쓰인 트로트 음악이 신선했다. 광고 영상이 공개되기 전에 사진만 봤을 때는 관짝 밈을 썼으니 분명히EDM(Electronic Dance Music. 클럽이나 축제에서 쓰이는 신나는 음악. 관짝 밈의 배경음악으로 EDM 장르가 쓰였다) 배경음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배경음악으로 트로트가 사용돼 참신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자영 평론가는 "인지도 높은 가수의 히트곡이 적절했다. 심지어 광고 주제와도 매칭이 잘 되는 곡이라 소비자에게 광고 목적을 빠르게 이해시킬 수 있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반면 김정민 평론가는 "너무 배경음악에만 집중해서 초코나라 부정 선거 이야기와 아무 관련이 없는 태진아 님이 모델로 기용된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김기섭 평론가는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가 광고 모델로 많이 기용되고 있는데 트로트의 대부라 불리는 태진아 씨를 모델로 기용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화제 되는 CM송처럼 흥얼거리며 전파되기에는 곡 선택이 조금 올드하다. 이는 다른 트렌디한 모델이 아닌 태진아 씨를 기용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외에도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브랜드의 신뢰도를 강조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신제품의 특성, 특히 '단짠단짠(달고 짠 맛)'을 좀 더 어필했으면 좋았을 것(한자영 평론가)", "초코나라 부정 선거 사태의 주인공인 '차카'가 광고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아 아쉽다(김정민 평론가)"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농심켈로그
대행사: 디렉터스컴퍼니
제작사: HUMMINGBIRD
모델: 태진아(진아엔터테인먼트)
배경음악: 미안 미안해
AE: 김경원, 최수용, 박재찬, 류지희, 정규선, 김호정
아트디렉터: 권오성
제작사PD: 이영옥
촬영감독: 오인서
조명감독: 김인호
메이크업ㆍ헤어: 이누리
스타일리스트: 홍은화, 신지영
편집실: 비전홀딩스
NTC: 박수정
녹음실: 미세스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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