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평론 100회 특집 ③] 칼럼: 평론가 위해 세워지는 동상이 없을지라도

하민지 승인 2020.07.17 14:13 | 최종 수정 2020.07.17 18:03 의견 0

[편집자 주] 지난 2월 13일에 처음 선보인 AP신문의 광고평론 기사가 100회를 맞았습니다. 6명의 광고평론가는 매주 새롭게 공개되는 광고 중 AP신문이 선정한 광고 다섯 편을 평가해 왔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편씩 평가한 셈입니다. 

AP신문은 광고평론 100회를 맞아 특별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 ① 광고평론가가 매긴 별점을 토대로 살펴보는 2020년 상반기 베스트ㆍ워스트 광고 ▲ ② AP신문의 광고평론 기사로 공부하는 대학생 인터뷰 ▲ ③ 광고평론 섹션을 담당하는 하민지 기자의 칼럼 ▲ ④ 1기 광고평론가 6명의 활동 후기 등 4편의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기사에 관심 가져주시는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광고 비평 전문지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광고평론 섹션을 계속 운영해 나가려고 합니다. 이번에 준비한 기획 기사도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AP신문=하민지 기자] 광고평론 섹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국내 광고 포털 TVCF, 영화 평점을 매기는 네이버영화와 영화 전문지 씨네21, 해외 유수의 광고 평가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자료를 살펴봤다. 레퍼런스를 확인한 후 몇 개의 광고를 평가할 건지부터 시작해서 국내 광고와 해외 광고의 비중은 어떻게 할 건지, AP신문 기자가 평가해도 되는지, 외부 평론가를 모셔야 하는지, 평가 항목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여러 회의를 거쳐 광고평론 섹션을 만들었다.

고민 끝에 외부 평론가를 모셨다. 여섯 명의 평론가에게 일주일에 다섯 개의 광고를 선정해 보내준다. 평론가가 평가를 마치고 광고평론 섹션 운영 담당자인 기자에게 평가를 보내오면 그걸 정리해 기사를 쓴다. 이렇게 운영한 광고평론 섹션에 벌써 100개가 넘는 기사가 채워졌다.

1기 광고평론가 여섯 명과 매주 이메일로 소통했다. 평론가가 보내오는 평가를 하나하나 읽어 보고, 정리하고, 다듬었다. 평론가는 일주일에 한 번, 다섯 개의 광고를 평가하고 기사는 거의 매일 나간다. 평론가의 글을 매일 읽었다는 뜻이다.

기자는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평균 두 시간인 영화를 보고 다양한 글을 쓰면서 살았다. 영화와 관련된 글은 보통 이렇게 쓴다. 두 시간짜리 영화는 여덟 개의 시퀀스(이야기의 단위. 연극의 '막'이나 책의 '장'과 비슷한 개념)로 구분돼 있다. 한 시퀀스당 15분 정도다. 영화를 15분 단위로 여덟 개로 쪼개서 기승전결을 살핀다. 분석이 끝나면 주제를 정하고 개요를 짠다. 그 후 글을 쓴다. 영화 스토리 외에도 배경음악, 배우의 연기, 미술, 장르, 감독의 세계관 등 다양한 것을 평가해 글을 쓴다.

광고도 그렇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상 광고는 짧으면 15초, 길어야 10분 이하고 인쇄 광고는 감상을 마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광고는 분명히 콘텐츠다. 아무리 짧아도 이야기가 있고 광고 모델이라 불리는 등장인물도 있으며 배경음악과 시ㆍ청각적 미술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이렇게 풍부한 요소를 가진 광고가 시청자이자 소비자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기댄 부분은 없는지, 보고 듣기에 아름다운지 등을 평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기 광고평론가 여섯 명이 기대하던 평가를 해줬다. 광고평론가는 광고가 꾹 닫힌 소비자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지는 물론, 시ㆍ청각적 예술성이 있는지, 공익 광고나 의약품 광고일 경우 믿을 만한지 등 다양한 평가를 내렸다. 여성,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의 시선을 지적하기도 했고 광고 속 등장인물이 너무 부유한 사람으로 나와서 현실과 거리가 있을 때는 광고가 계층 간 위화감이나 박탈감을 조성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고평론 기사가 하나씩 쌓여 가자 독자에게서도 반응이 왔다. 첫 번째는 기업 홍보실이다. 취재차 전화했는데 광고평론 기사를 잘 보고 있다, 우리 광고를 좋게 평가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어떤 날은 우리 광고를 왜 이렇게 평가했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비평은 광고주와의 타협이나 사전 검열 없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항의 전화가 오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두 번째 독자는 광고 동아리 대학생이다. 회사로 전화가 왔었다. 그는 광고 정보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속한 동아리에서 광고평론 기사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간 인터뷰 기사의 광고홍보학과 대학생은 광고평론 기사로 공부하는 또 다른 학생들이다.

광고를 평론하기 시작했더니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기사를 본다. 미래에 광고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이 평론 기사로 공부를 한다. 제작-비평-연구의 선순환이 영화, 문학, 미술, 음악 분야뿐 아니라 광고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1865~1957)는 "세상에는 평론가를 위해 세운 동상은 없다"고 말했다. 평론가가 남이 창작한 것을 평가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창작자를 위로하는 말이기도 하다. 평론가의 평가를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다.

평론가의 의견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 또한 평론가는 매번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평가만 해야 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평론가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창작만 하고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세상에선 연구도 없다. 그렇다면 더 좋은 창작도 없을 것이고 창작의 질은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 것이다.

광고평론 기사가 100회를 맞아 뿌듯하다. 100개의 광고를 성실하게 평가해 준 1기 광고평론가와 관심 가지고 읽어준 독자에게 감사하다. 

비평이 전무했던 영역을 새로 개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 나가고 싶다. 평론가를 위해 세워지는 동상이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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