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광고평론 #107]

※ 평가 기간: 7월 2일~7월 8일

[AP신문=하민지 기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빙그레만큼 뜨거운 마케팅을 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요? 소비자는 빙그레 마케팅 방식을 '도른자 마케팅'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도른자'는 '돌은(돈) 자'를 변형한 말입니다. 쉽게 말해 빙그레가 돌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놀라울 만큼 창의적이고 파격적이거나 웃긴 걸 봤을 때 "미쳤다"라고 긍정적인 의미로 이야기하듯, 소비자는 빙그레가 펼치는 마케팅 방식이 재미있어서 '도른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상 캐릭터 '빙그레우스'를 내세워 SNS에서 소비자와 소통해 큰 화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엔 명품 브랜드 '꼬뜨게랑'을 내놨습니다.

'꼬뜨게랑'은 사실 과자 꽃게랑입니다. 1986년에 처음 출시된 꽃게랑은 올해 나이가 36살입니다. 빙그레의 오래된 효자 상품이자 스테디셀러입니다.

빙그레는 오래된 꽃게랑을 홍보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택했습니다. 꽃게랑을 명품 브랜드처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꼬뜨게랑'이라 지었습니다. 루이비통, 이브 생로랑 등 프랑스 명품처럼 보일 수 있게 불어 발음으로 꽃게랑의 새 별명을 지었습니다.

영상 광고는 지난달 29일에 공개됐습니다. 모델로는 '아무 노래 챌린지'를 성공시키며 MZ세대의 워너비 스타로 떠오른 지코가 발탁됐습니다.

광고는 지코의 명품 화보처럼 구성돼 있습니다. 지코는 티셔츠, 선글라스 등 꼬뜨게랑 굿즈를 착용하고 힙합 장르의 CM송에 맞춰 춤을 춥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꽃게랑을 먹기도 합니다.

빙그레는 광고를 공개한 후 꼬뜨게랑 굿즈를 한정 판매했습니다. 중앙일보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티셔츠, 가방, 선글라스 등 꼬뜨게랑 굿즈는 출시한 지 하루 만에 동났습니다.

빙그레가 판매한 꼬뜨게랑 의류 굿즈. 사진 꽃게랑 인스타그램

이처럼 마케팅은 화제를 일으켰지만 광고 자체는 빙그레 마케팅 방식을 본 적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는 "친근한 과자로 친근하지 않은 광고를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광고 메시지의 명확성과 광고 효과의 적합성 별점은 모두 2점입니다.


고장 난 알람 시계 같은 광고

광고평론가는 광고 자체는 힙하고(아주 멋지고) 재미있지만 그래서 꽃게랑이 어떻다는 건지, 옷을 판다는 건지 꽃게랑을 판다는 건지 설명이 부족해 광고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광고 톤이 모델과 잘 어울리고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한글 제품명을 외국어로 바꾼 것도 기발하다. 소비자 기억에 남을 만하다.

그러나 광고하려는 제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의류를 광고하는 건지 아니면 과자를 광고하는 건지 헷갈린다.

패션 굿즈를 내놨다고 광고하는 거라면 이 사실을 부각했어야 했다. 과자를 광고하는 거라면 제품 이미지에 맞게 광고 톤을 변경해야 한다. 친근한 과자에 그렇지 못한 광고다.

박진희 평론가

차라리 지코 대신 빙그레우스가 나오는 게 어땠을까. 지코가 꽃게랑과 빙그레 중 어디에도 녹아들지 못해 모두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꽃게랑을 프리미엄 브랜드화한 것도, 지코를 모델로 선정한 것도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패션 굿즈를 내놨다는 사실 자체만을 보여주는 일차원적인 광고다. 아쉽다.

과자 맛이 더 좋아졌다는 건지 아니면 프로모션을 한다는 건지, 광고 모델이 착용한 꼬뜨게랑의 패션 굿즈를 판매하겠다는 건지, 광고의 의도와 목적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저 지코를 위한, 지코에 의한, 지코만 남은 뮤직비디오에 불과하다. 고장 난 알람 시계 같은 광고다.

한자영 평론가

처음 광고를 봤을 때 새로운 의류 브랜드 광고인지 궁금했다. 후반부에서 꼬뜨게랑이 꽃게랑을 풀어서 발음한 것이란 걸 알게 됐다.

광고 자체는 '힙'의 상징인 지코를 모델로 발탁한 점과 검은색 톤의 색감으로 고급 의류 브랜드 느낌을 줘서, '고급스럽고 새로운 의류 굿즈'를 판매하는 빙그레 포부가 잘 전달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전달이 안 돼 아쉽다. 꼬뜨게랑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의류 굿즈를 판매했다는 점은 이 광고를 비평하면서 찾아보고 알게 됐다.

이 광고만 보면 명품 브랜드 구찌를 패러디한 느낌이 웃기긴 하는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의문이 남는다. 광고 마지막에 굿즈 출시 예정이라든가 공식 인스타그램 주소 등을 남겨주는 등 추가 설명이 있었어야 했다.

김정민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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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 평론가는 오래된 제품인 꽃게랑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바꿔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목적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광고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습니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를 오마주한(존경의 표시로 패러디하는 것) 푸라닭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를 참고삼아 (꽃게랑이라는) 소박한 제품을 고급 명품에 비유한 광고인 듯하다.

광고에 꽃게랑의 USP(unique selling point. 고유의 강점)가 있진 않지만 세일즈 파워가 보장된 빅모델(톱스타) 지코를 발탁해 소비자 인지도를 올리고, 젊은 타깃이 '올드한 과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가진 꽃게랑을 '젊은 브랜드'로 소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한 음악 광고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게 유효하게 작용할지 모르겠다. 이것 역시 보장된 빅모델, 지코에게 묻어가는 크리에이티브 형식이다.

홍산 평론가

재미있고 신선하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광고가 재미있고 신선해서 식품과 비식품 제품이 성공적으로 컬래버한 선례 중 하나가 될 거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직관적이고 재미있다. 빙그레는 올해, 소비자에게 가장 잘 다가간 브랜드 중 하나다. 가벼움과 고급스러움, 이질감과 친근함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지코라는 모델로 고급스러우면서 친근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김기섭 평론가

꽃게랑의 고급화를 내세운 트렌디한 광고다. 참이슬 가방, 곰표 밀가루 패딩 등 패션과 식품이 컬래버한 선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트렌디한 패션을 지향하는 지코를 내세운 것도 신선하다.

박은지 평론가

박은지 평론가는 이런 컬래버에는 으레 B급 코드가 있기 마련인데 이 광고에는 그게 없어서 아쉽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박 평론가는 "이런 식품과의 컬래버를 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B급스러움이 따라줘야 하는데 고급스러움과 트렌디함만 내세우다 보니 이런 B급스러움이 되레 옅어져서 아쉽다. 제품의 메시지보단 인물의 스케치 컷이 돼버린 영상도 아쉽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빙그레
▷ 대행사: 일그램
▷ 제작사: 리크리
▷ 모델: 지코
▷ 조감독: 최지혜
▷ 조명감독: 김광민
▷ 편집자: 고지욱
▷ 2D업체: 엘리엇
▷ 2D(TD): 최환
▷ NTC: 조준형
▷ CMSong(업체): 사운드샵, 이춘목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가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다음 108회~112회 기사에서는 머시론, NH농협카드, KT, 삼성전자, SK매직 광고를 평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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