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성 역할 편견 없앤 '슬기로운 광고'

하이네켄, 남성도 칵테일을 마신다
광고에도 성별 고정관념 있어
국내 광고계는 조금씩 변화하는 중

권이민수 승인 2020.07.22 07:10 | 최종 수정 2020.07.22 08:30 의견 0
사진 유튜브 'Ads of Brands' 캡처


[AP신문=권이민수 기자] 하이네켄이 지난 2월, 광고 '모두를 위한 건배'를 공개했다. 국내에는 이번 달, '남자도 칵테일을 마시죠'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광고는 맥주와 칵테일을 서빙하는 바텐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바텐더는 여성과 남성이 자리한 테이블로 다가가 여성에게 칵테일을, 남성에게는 맥주를 자연스레 건넨다. 

그 바람에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 맥주는 여성이, 칵테일은 남성이 주문했기 때문이다.

"남성도 칵테일을 마십니다."

광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구는 바텐더가 가진 편견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드러낸다. 

바텐더가 가진 편견은 바로 성별 고정관념이었다. 

성별 고정관념은 각 사람의 취향과 개성에 상관없이 성별만을 근거로 가지게 되는 편견이다. 여성이 칵테일만을 고집할 이유도, 남성이 맥주만을 즐길 이유도 없다. 각자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바텐더에게는 '남성은 맥주, 여성은 칵테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광고가 마무리되며 바텐더는 술안주를 서빙한다. 남성에게 햄버거 세트를, 여성에게 샐러드를 준다. 물론, 이번에도 바텐더는 틀렸다. 여성이 햄버거, 남성이 샐러드를 주문한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바텐더는 본인이 가진 성별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했다. .

하이네켄 브랜드 개발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이사 Maud Meijboom은 "광고의 아이디어는 모든 사람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런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광고를 통해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텐더가 가졌던 성별 고정관념은 그간 광고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국내 광고업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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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용품 광고나 이유식 광고 등 아이와 양육자의 모습을 담은 광고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다.

광고에 '남성은 바깥에서 경제적인 노동을 하고 여성은 집 안에서 육아나 가사노동을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카드 게임의 수수께끼를 풀어 의기양양한 장난감 광고 속 남자 어린이(위)와 분홍색 머리의 인형을 가지고 노는 장난감 광고 속 여자 어린이(아래), 장난감 업계는 장난감 종류에 따라 다른 성별의 어린이를 모델로 기용한다. 사진 'TVCF' 캡처


장난감 광고에서도 성별 고정관념은 그대로 드러난다. 여자 어린이는 분홍색 배경에 인형이나 소꿉놀이 등 덜 활동적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남자 어린이는 파란 배경에 로봇이나 공같은 활동적인 장난감이나 머리를 쓰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장난감 광고를 보고 장난감에 눈독을 들일 어린이는 장난감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성별 고정관념도 함께 학습하게 된다.

성별 고정관념이 광고에 담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광고가 다양한 사람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인 만큼, 광고 속 성별 고정관념은 쉽게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광고 시장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해온 광고업계가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을 갈아엎고, 성별에 따른 차별을 그만두자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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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광고 '세상, 달라졌다'는 육아에 힘쓰는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광고는 '육아는 여성이 아닌 모든 양육자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준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의류업계의 광고도 변했다. 

축구 경기에서 드리블 중인 나이키 광고 속 지소연 선수(위)와 달리기 중인 아디다스 광고 속 여성들(아래), 남성 운동선수가 아닌 여성을 기용한 스포츠 의류 업계 광고. 사진 'TVCF' 캡처


과거 스포츠 의류업계의 광고는 남성 운동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해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광고에 여성 운동선수나 여성 연예인 등을 기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나이키가 공개한 광고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에는 여러 여성이 등장했다. 코미디언 박나래, 가수 청하, 가수 엠버, 골프선수 박성현, 축구선수 지소연 등이다. 

광고는 여러 여성이 복싱, 농구, 달리기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났던 미투(METOO, 피해자가 본인이 당한 성폭행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운동)에 연대하기 위해 "내 몸은 나의 것"이라고 쓰인 포스트잇을 찍은 장면도 담았다.

아디다스도 지난해 여성 아이돌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데 이어 올해는 아이돌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3월 공개된 '화사보다 빠르게'에는 달리기를 즐기는 화사의 모습을 담았다. 앞서 2월 공개된 '누구보다 빠르게'에는 달리기 대회에 참가한 여러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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