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래 기사는 지난 3월 5일 AP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P신문이 네이버와 다음 검색 제휴 이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기사가 검색되어지고 읽혀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재출고합니다.  해당 기사는 시의성이 없고 기사를 게재한 시점이나 지금이나 외부상황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AP신문= 박혜미 기자] AP신문은 각 기업의 주니어급 홍보 담당자들의 고충과 애환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8일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는 홍보 3년 차부터 6년 차까지 대략 5년 정도 된 홍보인 4인이 참석하여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좌담회 내용으로 인해 참석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속한 부서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익명 처리하였다. (참석자들도 익명을 원함) 
 
 
 
AP신문 -  어려운 자리의 섭외에 응해주고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식품 홍보 4년 차) -  지금 회사 오기전 대행사에 근무했었다. 처음엔  '또*이' 같은 클라이언트 안보니까 살 것 같더라. 그런데 지금은 '악 *' 같은 기자들 상대하니까 내 신세가 처량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대행사보다는 지금 업무에 만족한다. 급여도 더 높고... 하하하
 
B  (금융 홍보 3년 차) -  공무원 준비하다가 실패해서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배치받은 홍보팀에는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내가 입사 후 6개월쯤 후에 사수가 그만뒀다. 사수가 그만둔 뒤로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엄청 고생했다. 내부에서 홍보에 대한 마인드도 없고 홍보 위상도 바닥이라 마음고생 심했다. 지금은 경력직 팀장이 사수로 와 있다.
 
C (코스메틱 홍보 6년 차) -  외국계 코스메틱 다닌다. 마케팅파트와 홍보파트가 같은 부서다. 나는 주로 언론홍보쪽 일을 한다.
 
(IT 3년 차) -  회사가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작아서  B 씨처럼 사수 없이 혼자 하고 있다. 입사 초기에 홍보담당자들이 많이 참석하는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친해진 홍보담당자들이 몇 명 있다. 그 뒤로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그들에게 물어본다. 그래도 너무 모르는 게 많다. 애매한 업무는 전부 나한테 내려온다. 야근도 밥 먹듯이 하고..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직을 고려 중이다.
 
 
[업무에 관해 - 일하다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B (금융 홍보 3년 차) - 내 위에 팀장이 사수로 오기전까지는 홍보도 겸직하는 임원 한 분으로부터만 다이렉트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이쪽 경험이 없는 분이라서 말이 안 통했다. 예를 들어 보도자료 작성해서 보고하면 빨간펜으로 수정해준다. 그런데 정말 내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것을 첨삭하는데 미치겠더라. 나중엔 야마(글의 주제)도 달라지고... 
 
그래서 팀장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그런데 뭐 피하면 뭐가 온다는 식으로. 새 팀장이 오고 나서 업무가 더 늘었다. 사회공헌도 해야 된다. SNS도 해야 된다. 뭐도 해야 된다. 무슨 대기업인 줄 안다. 새 팀장이 나를 희생시켜서 위로부터 인정받으려고 그러는 것 같다. 요즘은 옛날이 그립다. 
 
(IT 3년 차) - 나도  씨와 동병상련이다. 나 같은 경우는 보도자료 배포전 보도자료 내용과 연관된 부서의 해당 임원 두어 분으로부터 컨펌을 받아야 되는데 어떤 분은 꼭 '우주 최고' 라든가 아재 개그에 가까운 단어 등을  좋아한다. 우주의 기운 운운하던 '박**'나 '최**'을 닮으려고 하는 건지... (일동 웃음) 우주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보도자료 발송할 때는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 임원은 유머스럽고 눈에 띄는 단어가 있어야 기사에 게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 사실 회사가 내세울 게 없다 보니까 조그만 거 하나도 부풀리고 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식품 홍보 4년 차) - 얼마 전 퇴사한 동료가 하던 사내 홍보를 떠맡았다가 이제는 SNS 관리와 온라인마케팅 이것저것 다 한다. 요즘 회사가 불황이라 당분간 충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야근을 너무 자주 한다. 그렇다고 수당 주는 것도 아니고.
 
C (코스메틱 홍보 6년 차) - 가끔 영어로 보도자료를 써야 될 때가 있는데... 영어 잘 하는 다른 동료가 부재중일 때 나한테 오더가 내려온다. 그게 스트레스다. 외국계 다니니까 영어 잘하는 줄 아는데 시험용이나 입사용 영어실력이라서 실전에서는 부족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보도자료 써서 배포해야 되는 게 여간 압박이 심한게 아니다.
 
(식품 홍보 5년 차) - 나는 한글 보도자료도 잘 안 써진다(일동 웃음)
 
 
[직업에 대한 만족도]
 
 
(코스메틱 홍보 6년 차) - 여기 오신 분들이 대부분 5년 차 이하인데, 나는 6년 정도 됐다. 그런데도 기자 만나는 게 가장 스트레스다. 원래 성격이 내성적이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 터라 내근 업무는 대략 만족하는데 기자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기자라는 생물들은 적응이 안 되더라. 단, 편하고 매너 좋은 기자 만났을 때는 괜찮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다. 만족도 얘기하랬는데 또 스트레스만 얘기했다. (일동 웃음)
만족하는 점은 외국계라서 칼퇴 한다는 점은 맘에 든다.  
 
A (식품 홍보 4년 차) - 힘들 때마다 대행사에서 갑을병'정'으로 견뎌왔던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참아낸다. 그때랑 비교해보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여기서 커리어를 조금 더 쌓아서 홍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이나 큰 회사 같은 데로 이직하고 싶다.
 
D (IT 3년 차) - 나는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외향적인 편에 가까워서 그런지 기자들 만나는 일로 스트레스받은 적 없다. 회사에 부정적인 기사 나왔을 때 기자와 얼굴 붉히며 고성으로 다툰 적 있었는데... 그 기자와는 나중에 같이 술 먹으면서 풀었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기사가 나온 뒤라 회사에서는 그런 것도 못 막았다고 무능력하다고 엄청 쪼였다. 그때가 홍보를 담당하고 나서 최대의 위기였지 않았나 싶다. 
 
홍보담당하면 술 마시는 것도 힘들더라.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낮술 하자는 기자들이 더러 있다. 어쩔 수 없이 낮술을 같이 하고 회사로 복귀하면 다른 직원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서 눈치가 보인다. 회사에서 조만간 언론홍보는 대행사에 맡기려는 분위기인데... 업무가 줄어들게 되어 좋기도 하지만 술 먹을 기회도 줄어들까 봐 아쉽다. 하하
 
(금융 홍보 3년 차) - 나는 기자들이랑 식사나 술 먹는 건 정말 싫은데 D 씨는 괜찮은가 보다. 나 같은 경우는 요즘은 팀장이 약속 잡고 기자들 주로 만난다. 데리고 갈 때도 있지만 거의 혼자 나가더라. 
 
(IT 3년 차) - 팀원이 나 혼자다 보니 회사 동료랑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그렇다. 기자나 만나야 술을 먹게 돼서 그런가 보다. 말 통하는 기자 만나서 내 얘기 잘 받아주면 나름 스트레스 풀릴 때도 있고... 그래봤자 한 달에 한 번꼴이다. 많아야 두 번 정도.
 
 
[이럴 때 그만두고 싶었다]
 
 
(식품 홍보 4년 차) - 홍보 담당하면서 퇴근 후 기자로부터 전화가 오면 엄청 떨린다. 4~5년 됐는데 지금도 떨린다. 또 뭐가 잘못됐나?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전화받아보면 열에 아홉은 대수로운 게 아닌데도 그렇게 되더라. 이 직업 그만두면 이런 일도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C (코스메틱 홍보 6년 차) - 사실 홍보가 언홍만(언론홍보)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업무분야와는 달리 사람 만나는 일이 가장 스트레스다. 말이 통하는 기자는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자괴감도 들고 후유증 상당히 오래간다. 홍보담당자는 감정노동자나 마찬가지다.
 
 (금융 홍보 3년 차) - 처음 홍보를 배울 때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가 리스크 관리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리스크 관리하는 게 티가 안 나서 그런지 일 안 하고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 리스크 관리보다는 홍보에 더 역점을 두고  실적에 대한 보도자료, 잡다한 사내 이벤트조차도 기사에 좀 안 나오나 기대한다. 안 나오면 홍보 쪽에서 능력이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러는 게 좀 서운하고 화가 치밀 때도 있고 그랬다. 지금은 그 스트레스 팀장이 받겠지만... 하하
 
A (식품 홍보 4년 차) - 위기관리와 부정 이슈 막는 부분 정말 중요한데 몰라준다. 아니 모른다. 갖은 애를 써서 회사에 부정 기사 막고 안 나오게 해봤자 저절로 되는 줄 안다. 
 
 
[홍보 업무를 하면서 보람됐던 점]
 
 
D (IT 3년 차) -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그래도 여러 업무를 다 해봐서 그런지 많이 배웠다. 내공이 쌓였다고 할까? 앞으로 어느 기업으로 이직하더라도 다 해낼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A (식품 홍보 4년 차) - 뭐 독립운동하는 것처럼 거창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모든 업무가 거기서 거기지 않나. 보람 부분은 아직까지 느껴본 적 없다. 
 
C (코스메틱 홍보 6년 차)  - 언론홍보 분야도 걸쳐 있긴 해놔서 기자들 네트워킹이 좀 생겼다. 작년에 집안 가까운 친척분의 언론 쪽 민원이 생겼는데 그나마 좀 친해진 기자 도움을 받아 해결했다. 나중에 부모님도 좀 우쭐해하시고... 보람이라는 게 이 정도다. 
 
B (금융 홍보 3년 차) - 나는 사실 글 쓰는데 소질이 없었는데 홍담(홍보담당) 몇 년 하다 보니 보도자료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지더라. 이것도 보람이라면 보람이고... 하하(일동 웃음)
 
 
AP신문 : 긴 시간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또 한 번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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