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정배우가 공개한 카톡 메시지. 광고 대행사가 유튜버에게 보낸 메시지다. BBQ 제품명 '핫황금올리브'를 숨김 태그로 달아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 정배우 유튜브 캡처

[AP신문=하민지ㆍ오영선 기자] 유튜버 정배우는 지난 9일, 보겸이 BBQ 치킨 뒷광고를 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정배우가 증거로 제시한 건 광고대행사가 인기 유튜버들에게 보냈다는 메시지다. 정배우가 공개한 메시지에는 "숨김태그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BBQ 관련 해시태그가 줄지어 달려 있으면 광고 영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광고가 아닌 것처럼 몰래 표기해 달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정배우가 분석한 숨김태그. 보겸이 핫황금올리브, 양념치킨추천, 치킨먹방 등의 숨김태그를 달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사진 정배우 유튜브 캡처

정배우는 보겸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BBQ 먹방을 올린 인기 유튜버의 숨김태그를 분석해 공개했다. 상해기, 양수빈, 윽박, 킹기훈 등의 유튜버가 BBQ 치킨 먹방 영상을 올리며 비슷한 숨김태그를 달았다. 광고대행사가 요청한 대로 행한 것이다.

현재 소비자는 뒷광고를 한 광고주 목록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유튜버 양팡에게 뒷광고를 부탁한 푸마를 향해서는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뒷광고를 부탁한 광고주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광고주는 "몰랐다", "드릴 말씀이 없다"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 광고주는 '나 몰라라'

정배우가 공개한 것처럼 유튜버의 광고 영상 제작은 광고 대행사를 통해 이뤄진다. 광고주가 직접 유튜버에게 부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대행사도 여러 군데를 거친다.

뒷광고는 이렇게 이뤄졌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지난 14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광고주가 대행사에 SNS 광고ㆍ마케팅 업무를 맡기고, 대행사는 대대행사에, 대대행사는 실질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실행사에, 그 실행사는 또 다른 실행사에 광고 집행을 맡긴다"고 말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으로 유튜브 광고가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행사가 클라이언트(광고주)에게 하청의 하청으로 이뤄진 모든 내용을 종합해 컨펌(확인)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러 단계를 거치며 광고가 만들어지는 상황이라 그런지 보겸, 양팡, 문복희, 상해기, 양수빈, 윽박, 킹기훈 등 수많은 유튜버와 협업해 뒷광고 광고주 명단 중 제일 많이 거론되는 BBQ도 "대행사가 한 일, 우리는 몰랐다"고 말했다.

BBQ는 지난 17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행사가 한 일이다. 뒷광고라는 걸 몰랐다.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한 건 저희 책임이다. 앞으로 꼼꼼하게 체크하겠다"고 물었다.

그래도 최종 컨펌은 광고주가 하는 것 아닌지, 브랜드 관련 콘텐츠가 구독자 수백만 명을 보유한 채널에 업로드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도 "앞으로 더욱 꼼꼼하게 체크하겠다는 말씀 외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를 수도 있는 경우의 수가 있긴 있다고 말한다. 관계자는 "인플루언서가 상의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돌발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에는 광고주가 몰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광고 표시를 안 하면 안 되냐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런 제의를 받을 때 역으로 "문제 일어나면 모든 것을 책임지셔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광고 표시하시죠"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가 책임을 부인한다고 해서 책임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가 대행사가 한 일이라고만 이야기한다고 해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몰랐다면 왜 몰랐는지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행사 핑계만 댄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으로 광고주 처벌 어렵다

현행법에는 유튜버가 아니라 광고주가 처벌받게 돼 있다. 표시광고법 제17조에 따르면 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를 한 사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광고주를 당장 처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SNS별 광고 게시법이 포함된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이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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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처벌법은 현재 발의된 상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 11일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유튜버가 광고인데 광고라는 걸 알리지 않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규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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