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7월 30일에 공개된 나이키 광고 '우릴 멈출 순 없다(You can't stop us)' 조회 수가 6천만 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광고는 화면 분할 기법을 활용했다. 이분할된 화면 양쪽에 등장하는 선수는 인종, 성별, 장애 여부도 다르고 종목도 다르다. 다른 사람이 다른 경기를 펼치는 장면을 마치 한 화면인 것처럼 구성했다. 인종, 성별 등과 관계 없이 우리는 하나고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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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광고에는 코로나19로 텅 빈 경기장 모습, 스포츠 선수들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이처럼 차별과 혐오, 전염병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모든 이를 위로한 광고에, 전 세계 시청자가 찬사를 보냈다. 무슬림 여성만 빼고.

나이키 안 사요

"저 무슬림인데요, 이 광고 보고 나이키 제품 버렸습니다."

"나 무슬림인데 이 광고 나온 이후 나이키 제품 절대 안 산다."

"무슬림으로서 이런 사고방식 완전히 거부합니다."

"내 인생에서 나이키 더이상 안 삼."

약 6천만 회에 달하는 광고 조회 수와 달리, 댓글란에는 나이키를 보이콧하는 내용의 댓글이 도배돼 있다. 분노하는 이들은 대체로 무슬림 여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무슬림임을 밝히며 나이키를 향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다른 댓글을 좀 더 들여다 보자.

"왜 나이키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자면서 하나의 종교는 받아들이지 않는지? 나는 나이키를 정말 리스펙트했지만 이 광고 이후로는 딱히. 사양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스포츠에 맞게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와, 나이키 신발 같은 거 사지 맙시다."

"전 나이키 브랜드 팬이었어요. 근데 나이키가 무슬림 여성에게 스케이트 보드를 탈 자유를 주지 않고 무슬림 여성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걸 보게 됐어요. 별로네요."

시청자는 광고에 나오는 한 여성을 이야기한다. 시청자가 이야기하는 여성은 광고 28초에 등장한다. 문제가 되는 장면은 28초부터 32초까지 4초 가량이다.

위는 28초부터 30초까지, 아래는 30초부터 32초까지의 장면이다. 사진 나이키

28초부터 30초까지 2초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무슬림 여성이 나온다. 그때 흐르는 내레이션은 '우리가 스포츠에 맞지 않는다면(And if we don't fit the sport)'이다.

30초부터 32초까지 2초간, 무슬림 여성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백인 남성으로 바뀐다. 내레이션은 '우리가 스포츠를 바꿀 것입니다(we'll change the sport).'이다.

무슬림 여성은 이 편집에 분노하며 나이키를 불매하겠다고 댓글을 달고 있다. 나이키가 무슬림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도르(전신을 감싸고 얼굴만 내놓는 망토 형태의 옷)를 입은 무슬림 여성이 등장할 때 내레이션이 '우리가 스포츠에 맞지 않는다면'이라고 흘러 마치 차도르는 운동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라는 것처럼 들린다.

시청자는 무슬림 여성이 백인 남성으로 바뀌는 장면도 문제적이라고 지적하는데, 이 부분이 왜 문제인지 알려면 히잡(차도르와 달리 얼굴 일부와 머리카락만 가리는 복장)을 둘러싼 논쟁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히잡이 억압이라는 시선은 '오리엔탈리즘'··· 신앙에 따른 선택일 뿐

김형준 강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저서 <히잡은 패션이다>(2018)에서 히잡은 억압이라는 주장이 오리엔탈리즘(서양인이 동양인에게 가지는 편견)이라 비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책에서 ''히잡을 쓴 여성'은 미몽에서 깨어나 서구인의 품으로 구조돼야 할 대상이 돼 왔으며 이를 위한 최적의 방식은 히잡 벗기기였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서구가 히잡을 여성 억압의 상징처럼 여겨온 것과 달리, 무슬림 여성은 히잡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미적 감각을 발휘한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의 말처럼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억압이라고만 여기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주체적으로 히잡을 활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가수 유나. 알록달록한 히잡을 썼다. 사진 비보

말레이시아의 가수 유나는 '히잡스터'라 불린다. 히잡과 힙스터(유행을 선도하는 멋진 사람)의 합성어다. 국내 가수 박재범과 듀엣을 하기도 한 유나는 히잡으로 다양한 패션을 선보이며 무슬림 여성을 둘러싼 편견을 깨나가고 있다.

한국일보의 지난 7월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무슬림 여성은 주변의 권유, 습관, 신앙, 자신의 선택 등 다양한 이유로 히잡을 쓴다. 인터뷰에 응한 한 무슬림 여성은 신앙의 깊이에 따라 착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무슬림 여성이 나이키 광고에 왜 분노를 쏟아내는지 알 수 있다. 나이키는 광고에서 차도르를 스포츠에 맞지 않는 옷인 것처럼 표현했다. 이는 마치 운동하는 스님에게 승복을 벗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슬람 종교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한 무슬림 여성이 백인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무슬림 여성은 김형준 교수의 지적처럼 '서구인의 품으로 구조돼야 할 대상'으로 표현됐다. 오랜 시간 오리엔탈리즘에 시달려 온 무슬림 여성이 이 장면을 반갑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이유다.

나이키, 3년 전 광고 똑같은 지적 받았지만···

나이키는 3년 전 광고에서도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말할까요?(What Will They Say About You?)'라는 제목의 광고다.

광고는 히잡을 쓴 여성이 등장하며 시작된다. 그는 눈치를 보며 조깅하러 밖으로 나온다. 그때 내레이션이 흐른다. "사람들이 당신을 뭐라고 말할까요? 넌 여기(운동할 수 있는 장소)에 있으면 안 된다고, 스포츠는 널 위한 게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이후 광고는 다양한 종목의 경기에서 땀 흘리는 무슬림 여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아무도 히잡을 쓰지 않았다. 광고는 "사람들은 당신이 동등하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라며 운동하는 무슬림 여성을 지지하고 마무리됐다.

이 때도 많은 무슬림 시청자가 광고를 지적했다. 이슬람 세계를 완전히 잘못 표현했다,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했다, 이 광고가 오히려 무슬림을 향한 편견을 조장한다, 누가 조깅할 때 히잡 쓰냐 등 나이키가 무슬림 여성의 현실을 잘 모르고 광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국제 스포츠계는 이슬람교를 존중하기 위해 여러 규정을 철폐해 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히잡 착용 금지 원칙을 폐지한 게 2012년이다. 거의 10년이 다 돼 간다.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2014년 이후 히잡 착용 제한 규정을 없앴다.

무슬림 여성은 그동안 이런 규정 때문에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걸 포기해 왔다. 종교적 신념을 거스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이 폐지된 덕에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 히잡을 쓰고 당당하게 출전한다.

국제 스포츠계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아직까지 편견에 머물러 있다. 차별과 편견이 옳지 않다는 광고를 만들면서 장애인, 성소수자, 흑인, 여성 등을 모두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무슬림 여성만 그 존중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2017년엔 운동용 히잡을 출시하기도 한 나이키가 왜 광고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편견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 문제적 광고가 3년에 걸쳐 두 차례 공개되자 무슬림 여성은 "나이키가 아직도 저런다", "나이키는 여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가 됐다. 스포츠 안에선 모두가 하나 되고, 어떤 사람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온 나이키답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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