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화면을 이분할해, 서로 다른 경기를 펼치는 선수의 장면을 한 화면인 것처럼 보여줬다. 사진 나이키

[AP광고평론 #134]

※ 평가 기간: 8월 13일~8월 19일

[AP신문=하민지 기자] 흑인, 성소수자, 여성 등 인권 관련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광고를 자주 만들어온 나이키가 지난달 30일에 공개한 광고입니다. 세계적인 광고 대행사 와이든+케네디(포틀랜드, 미국)가 대행했습니다.

광고 제목은 "You can't stop us"입니다. "우릴 막을 순 없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1분 30초의 긴 분량이지만 8월 24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조회 수 5천만 회, 댓글 8천 개가 넘었을 정도로 전 세계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광고는 화면 분할 기법을 활용해 인종, 성별, 장애 여부, 종목이 다양한 스포츠 선수를 보여줍니다. 작년에 열린 피파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 국가대표팀 주장 메건 라피노의 유명한 연설 장면을 포함해 흑인 테니스선수 세레나 윌리엄스, 흑인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 등이 광고에 등장합니다.

또한 스포츠 선수가 경기장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조지 플로이드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입니다. 이 사건은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모든 스포츠 선수는 다른 경기에서 다른 플레이를 펼치지만 경기에 집중하고, 실수에 아파하고, 승리에 환호하는 모습은 같습니다. 분할된 화면 양쪽에서 서로 다른 선수가 같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장면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광고는 이런 여러 차이를 초월한 스포츠 정신을 강조해 보여줍니다.

나이키는 이 광고에 "몸이 있다면 스포츠 선수다. 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나이키는 세계의 모든 스포츠 선수에게 혁신과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광고에는 코로나19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광고 중간에 "전 세계 스포츠 경기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습니다"라는 뉴스 앵커 목소리가 들리며 텅 빈 경기장이 나옵니다. 나이키는 내레이션을 통해 "아무리 상황이 더 나빠져도 우리는 더 강하게 돌아올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는 "박수 백만 번 보내고 싶은 광고", "두고두고 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나이키가 나이키했다", "나이키의 발자취 자체가 브랜드다"라며 이 광고의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를 극찬했습니다.

별점은 전 항목 4.5점으로 아주 높은 편입니다.

나이키 광고 별점. 창의성 4.5, 명확성 4.5, 광고 효과의 적합성 4.5, 청각적 예술성 4.5, 시각적 예술성 4.5, 호감도 4.5

나이키답다

나이키는 ism(~주의)을 상업화하는 데 장인을 넘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성소수자, 장애인, 흑인, 여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크리에이티브를 몇 년째 지속 중이고 계속 성공 중이다.

이번 크리에이티브 역시 장애인, 흑인(Black lives matter), 여성(이슬람 지역)을 이분할로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코로나19 이슈를 동시에 다뤘다.

이분할 광고에서 화면을 퍼즐처럼 딱 맞춰 편집했다는 점에는 아트디렉터로서 손뼉을 백만 번 치고 싶다. (나이키는) 메시지로서도, 시각적으로서도 아주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홍산 평론가

(나이키가) 모든 것을 초월한 나이키 정신을 표현하는 방법.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다운 광고다.

"우리 브랜드가 이래서 좋습니다. 그러니까 사세요"가 아니라 '사야겠다'라고 소비자가 느끼게 한다. 대단한 기능의 우수한 상품을 보여주는 걸 넘어서 브랜드 철학으로 승부한다. 나이키의 이 같은 광고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광고의 표본이 돼 왔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가지고 싶게 하는, 소비의 가치를 심어주는 메시지를 잘 설정하고 이를 전달하는데 카피, 내레이션, 영상, 음악 등 어떤 요소도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국내 광고에서 많이 활용되는 것처럼, 트렌드나 특정 모델이 가진 캐릭터를 접목해 한 철 광고를 하기보다는 두고두고 봐도 "아"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광고를 만든다.

진정성 있는 광고는 유행어나 일차원적인 재미를 활용한 광고보다 소비자와 소비자의 삶을 더 깊이 고찰했을 때 가능하다는 걸 (나이키가) 보여줬다.

한자영 평론가

나이키의 꾸준한 행보가 브랜드가 됐다. 2018년, 콜린 캐퍼닉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로 논란과 화제를 모두 불러일으킨 적 있는 나이키는 2020년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스포츠의 힘으로 차별을 반대하고 (모두) 함께 되기를, 그리고 모든 사람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있다.

이번 광고 크리에이티브 콘셉트에는 나이키가 걸어왔던 그간의 활동이 잘 집약돼 있다. 화면을 반으로 나눠, 스포츠와 함께라면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상관없이 모두 하나가 된다는 걸 직관적으로 시각화했다.

2019년, 한국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했던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광고에서도 이 콘셉트와 유사한 화면 분할을 사용했다. 완전 새로운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아니었지만 나이키의 발자취가 이미 또 다른 브랜드가 됐기에 그 의미가 빛난다.

김정민 평론가

나이키가 나이키 했다. 나이키이기에 더욱 힘이 있는 광고다. 8월 18일을 기준으로 조금 더 힘들어진 우리나라에도 뭔가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내용이다.

김기섭 평론가

뭐든 초월하는 스포츠 의지를 담아냈다. 코로나19가 닥쳐와도, 몸에 장애가 있어도 스포츠에 도전하는 인간의 초월 의지를 그렸다.

나이키는 늘 스포츠가 가지는 에너지와 인간의 도전을 광고에 담아왔다. 이번 광고는 (화면을) 두 프레임으로 나눠 비슷한 스포츠 상황을 제시하고 스포츠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박은지 평론가


쏟아지는 호평 가운데 "메시지가 많아서 광고가 산으로 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나이키답지 않은 광고다. 나이키가 '광고 맛집'이라는 건 광고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나이키가 이번 광고에서 다사다난한 2020년을 겪고 있는 소비자에게 공감과 위로,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19부터 조지 플로이드 사건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나이키는 이 모든 이슈를 한 광고에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메시지가 부정확하고 막연해져 버렸다. 본래 나이키 광고가 호평을 받았던 이유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명료한 메시지,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크리에이티브한 카피라이팅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광고는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어렵다. '함께'라는 키워드로 전염병과 인종차별이라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내용을 연결하려 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함께 뭘 해야 하는지, 또 나이키는 뭘 할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왜 스포츠 정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왜 꼭 나이키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

'함께'라는 키워드와 메인 카피, 화면을 분할해 서로 다른 스포츠를 하나로 연결한 연출은 탁월했으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쉽다.

박진희 평론가

광고를 비판적으로 본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홍산 평론가는 앞선 호평에 이어 'ism('자본주의'나 '여성주의'할 때 '주의')'이 상업화되는 데 우려를 표했습니다.

홍 평론가는 "ism을 상업화하는 것에 아주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이슈가) 시장의 전면에 내세워져 주류가 돼야 더 많은 약자가 양지로 나올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 다뤘다가 ism이 시장 가치화돼 실질적인 인권보다는 자본의 흐름에 가속도로만 작용하는 현상이 아프기도 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홍 평론가의 의견은 기업이 흑인과 여성, 성소수자 인권 등을 상업적으로 다룰 때, 이런 사회적 약자 이슈가 기업에서 다뤄져 사회 전반에 알려지는 건 좋지만 실제 약자의 삶은 그대로인데 기업만 좋은 이미지를 챙겨가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은지 평론가는 나이키에서 일하는 노동자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박 평론가는 "나이키 광고는 매번 이런 브랜드 메시지를 설파해 왔지만 여전히 노동자 현실은 외면한다는 비판이 있다. 멋지고 미래 지향적이며 타깃 누구나 감동을 주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지만 브랜드 현실은 그와 전혀 반대된다. 나이키가 추구하는 메시지의 가치를 나이키가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평론가의 지적과 같은 의견을 댓글로 단 누리꾼이 있습니다. 아이디 JPe***는 "나이키는 정말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한다. 나이키 제품 만드는 노동자 빼고(Nike really cares about people. Except for the people manufacturing their products.)"라는 댓글을 달며 박 평론가가 지적한 노동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나이키는 제3세계 국민의 노동을 착취해 지난 10년간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받았습니다. 작년에는 남성 노동자에게 여성 노동자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를 승진시켜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사로 모시게 한 적도 있습니다.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가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다음 138회~142회 기사에서는 신한카드, 미래에셋대우, 롯데칠성 처음처럼 FLEX, 기아자동차 카니발, 아시아나항공 광고를 평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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