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웃고있는 많은 사람들과 그 위로 '당신은 이미, 육아중'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대한민국 정부

[AP신문=오영선 기자] 정부가 지난 8월 10일 선보인 저출생 캠페인이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환영을 못받고 있다.

캠페인은 놀면서 육아중, 버스에서 육아 중, 운동하면서 육아 중, 회사에서 육아 중 등 총 네 개의 영상으로 이뤄져 있다. '어디에서' '무얼하든' 모든 행위가 아이를 기른다는 것(육아)을 강조한 것이다.

<놀면서 육아 중>은 교복을 입은 학생 셋이 등장한다. 학생들은 유아차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하며 우는 아이를 달래준다. 이처럼 아이에게 관심을 주고 놀아주는 것도 육아라는 걸 표현한다.

<버스에서 육아 중>에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졸고 있는 청년이 등장한다. 앞에 빈자리가 있지만, 임산부 배려석이라 비워놓은 듯하다. 꾸벅꾸벅 졸던 청년은 버스에 탑승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이는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자는 지침을 지키는 것을 보여준다.

<운동하면서 육아 중>에선 수많은 계단이 나온다. 두 시민이 유아차를 들어 이동을 도와주고 있으며 그 옆에는 아이를 안고 계단을 내려오는 여성이 보인다.

<회사에서 육아 중>은 회사 부장님이 등장한다. 부장님은 남성 직원의 육아 휴직을 흔쾌히 결재해주는 모습을 보여줘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광고 영상은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사회구성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움을 준 이들은 이미 육아에 동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주된 흐름이다.

대한민국 정부 공식 페이스북에 게시된 저출생 캠페인 영상 댓글 갈무리

광고가 올라 온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 댓글을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왜 누리꾼들의 반응은 부정적일까? 사람들의 인식뿐 아니라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을 외면한 채 현실을 합리화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만든 캠페인이기 때문에 정책과 연결 지어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누리꾼이 많았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지만 하나도 공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AP신문은 실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광고의 어떤 부분이 현실적이지 않은지 들어보았다.

1.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
남성들의 육아 휴직 제도화되어야 ···

서지영 씨는 현재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이다. 지영 씨는 광고에 대해 “훈훈한 내용이지만 본질을 못 보고 있다”고 했다. “어느 회사에서 저렇게 눈치를 주지 않고 육아휴직을 승인해주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엄마들이 육아휴직을 쓴다 해도 눈치를 준다. 단순히 유아차를 들어주고 까꿍 놀이 해 주는 광고로는 본질을 건드리지 못한다”며 아직도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이어 "복직을 하기 위해선 가족 구성원 중 또 다른 ‘여성’이 희생하지 않으면 힘들다."며 “(캠페인을 통해) 인식이 변화하길 바라기보단 아빠들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게끔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9년 4월 21일 육아정책연구소의 '행복한 육아 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 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육아ㆍ가사 활동은 어머니가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구에서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19년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육아휴직 이용현황'에 따르면 2018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공무원의 비율이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014년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과 남성 육아휴직을 비교했을 때 9,154명 중 2,652명으로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비율은 29%밖에 되지 않는다.

누리꾼 비판에 통계를 찾아보니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현실에 더불어 정부에서 일하는 남성 공무원의 육아 휴직 참여도마저 저조한 상황이 사람들에게 탁상공론식 광고로 느껴진 것은 아닐까.

(위) <놀면서 육아 중> 편. 교복을 입은 학생 세 명이 유아차에 탄 아이를 귀여워한다. (아래) <운동하면서 육아 중> 편. 시민 두 명이 계단을 못 지나가는 유아차의 이동을 도와준다. 사진 대한민국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