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처음으로 예술성에 만점을 줬습니다. 지난달에 공개된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 광고입니다.

일단 배경 음악부터 낯익습니다. 29년 장수 프로그램,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프닝 곡(비엔나 심포닉 오케스트라 'Satisfaction')이 흐릅니다. 

익숙한 멜로디가 흐른 후 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레이션으로 가수 배철수가 등장합니다. 29년간 '배캠'의 디스크자키의 자리를 지켜온 프로답게, 광고를 힘 있게 끌고 나갑니다.

이번 광고 메인 카피. 사진 기아자동차

광고는 젊은 직장인에게 "오후 6시는 새로운 아침이 되었고 매일 저녁 우리에게 꿈꾸지 못할 삶이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퇴근 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기 발전을 위한 일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워라밸(work-life balance(워크-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광고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듯, 퇴근 후 자신의 삶을 기운차게 영위해 나가는 젊은 직장인을 보여줍니다.

퇴근 중인 광고 속 직장인. 사진 기아자동차
 

드론 항공 촬영 장면. 사진 기아자동차

광고 마지막에서 해 질 녘 별이 쏟아지는 한강 풍경,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켜진 한강 다리 위를 쏘렌토가 질주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드론 항공 촬영과 화려한 카메라 워킹 덕에 광고의 예술성이 배가 됐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은 예술성 청각에 별 4.5점, 시각에 5점 만점을 줬습니다. 위원들은 예술성이 훌륭한 연출 덕에 쏘렌토의 이미지가 젊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쏘렌토는 가족 차, 아이 아빠가 가족을 위해 사는 차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한 광고 덕분에 워라밸을 추구하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쏘렌토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련된 시각적 연출
신뢰감 주는 배철수 목소리
광고 주제 잘 담아낸 카피까지
쏘렌토가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광고평론위원은 광고의 모든 요소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시ㆍ청각적 연출뿐 아니라, 'After 6 Life(6시 이후의 삶)'라는 카피도 광고와 딱 들어맞으며, 결과적으로 쏘렌토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만들어냈다는 분석입니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그 변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품이 '쏘렌토'라는 것을 잘 담아낸 광고다.

광고 속 퇴근 후 삶을 즐기는 모습이 시청자가 광고에 호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레이션과 역동적인 카메라 구도, 표현이 광고의 생기를 극대화한다.

- 문지원 위원

일단 광고 도입부의, 약간은 강렬한 듯한 음악부터가 귀와 눈길을 사로잡는 느낌이다.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화면과 음악이 배철수 씨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화면 구도나 편집, 연출 기법도 세련되고 드론 촬영으로 영상 자체를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광고 주제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두에 올랐던 워라밸 트렌드를 담고 있는데, After 6 Life라는 카피가 광고 전체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다.

- 남택춘 위원

직장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6시 퇴근을 지향하고 있는 요즘 상황과 적합한 광고다. 내레이션 목소리와 배경 음악이 활기차서 After 6 Life의 힘찬 시작을 느낄 수 있었다.

쏘렌토가 자연스럽게 광고에 스며들었고(광고 주제와 쏘렌토의 이미지가 잘 맞았고 - 기자 주), 새로운 시작을 소렌토와 함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상 주제 덕분에 쏘렌토가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일몰로 시작하는 장면, 한강과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장면, 그리고 드론으로 촬영한 마지막 다리에서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김다원 위원

이 외에도 30대가 가장 사랑하는 모델 중 하나인 쏘렌토와 워라밸이 실현된 30대 직장인의 열정이 잘 어울리는 광고(민정화 위원), 배철수 씨의 내레이션이 전문성과 신뢰감을 주는 광고(정수임 위원)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차의 외관이나 성능을 잘 전달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문지원 위원).

대기업 직장인의 삶, 소외감을 주는 주제다

광고 내용이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소수의 평가이지만 광고주와 대행사는 이런 평가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자본주의는 늘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배제하고 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광고는 자본주의 최정점에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광고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표현하는지에 따라 문화가 만들어지고 사회 풍경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무도 소외하지 않는 자본주의를 당장 실현하긴 어렵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다종다양한 광고가 그렇게 노력한다면 자본주의를 좋은 방향으로 견인하는 역할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 나서 느낀 감정은 '소외감'이었습니다. '아, 대기업 사람들은 저렇게 워라밸 좋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대기업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상에서 묘사되는 회사의 느낌은 화려한 도심에 있는 대기업같이 느껴졌습니다. 

영상 내에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여가 생활도 카약 같은, 잘 접해볼 수 없는 여가 생활이라 저랑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 같아서 그저 여유 있는 타인의 생활로 치부하고 넘겨버릴 광고 같습니다. 

아마 주 52시간 근무제가 아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기ㆍ질투와 함께 저처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경 음악과 내레이션은 흡입력이 있고 주제를 전달하기에 적절했습니다.

- 서정화 위원

■ 크레딧
▷ 광고주: 기아자동차
▷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
▷ 제작사: 러브앤드머니
▷ 아트디렉터: 정유진, 홍지민, 김동현, 김지수
▷ 조감독: 이은서, 강지수
▷ 제작사PD: 심유경
▷ 촬영감독: 강한빛
▷ 아트디렉터(스텝): 이준승
▷ NTC: 컬러그라프, 김수영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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