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버거킹이 지난달에 공개한 '곰팡이 와퍼(The Moldy Whopper)' 광고입니다.

와퍼를 상온에 둔 후 한 달간 곰팡이가 피는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와퍼 전면에 곰팡이가 낀 것을 보여주며 버거킹은 인공 방부제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햄버거 광고를 제작하며 먹을 수 없는 햄버거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 이런 역설적 이미지 사용, 괜찮을까요?

광고평론위원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과감한 전략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곰팡이 핀 와퍼의 부정적 이미지만 너무 강렬하게 남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외려 신뢰를 주는 역설적 이미지

김다원 위원은 식욕이 떨어지게 만드는 이미지를 사용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햄버거의 재료 품질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관찰 카메라 광고 영상 한 편으로 그 논란에 답변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소비자가 신뢰하고 방부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을 수 있는 광고를 직설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광고라고 김 위원은 분석했습니다.

정수임 위원도 역설적 이미지가 새롭고 인상적이라고 봤습니다. 내레이션 없이도 한눈에 브랜드가 의도하는 바를 알 수 있게 하는 잘 만든 광고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버거킹이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패기 넘치는 광고라고 말했습니다.

서정화 위원도 같은 의견을 내놨습니다. 서 위원은 "원래 자사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광고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혐오감을 조성하면서 매력을 끌어낸 과감한 전략"을 시도했다고 평했습니다.

곰팡이 핀 이미지가 오래 남아 부정적

반대로 광고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민정화 위원은 뇌리에 곰팡이 핀 부정적 이미지만 남은 탓에 뒤 이어서 강한 반전 이미지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제언했습니다.

문지원 위원은 광고의 중요한 메시지가 뒤에 나오는 점을 눈여겨봤습니다. 문 위원은 "광고를 끝까지 시청한 사람에게나 메시지가 전달될 텐데 광고 종료까지 시청하기엔 그전의 햄버거가 썩는 과정을 보는 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봤습니다.

남택춘 위원도 비슷하게 평가했습니다. 마지막 5초 때 '인공 방부제가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봐야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광고가 나오는 40초 동안은 곰팡이 피는 와퍼만 보고 있어야 해서 재미도, 영상미도, 청각적인 즐거움도 없다고 평했습니다.

이 광고를 보고 오히려 구매욕과 식욕이 저하돼서 다이어트 광고가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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