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배스킨라빈스가 가수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한 후 제작하고 있던 광고가 유출됐다.

배스킨라빈스가 올린 공식 입장문. 현재는 삭제됐다.

유출 사태는 지난 17일에 일어났다. SNS, 커뮤니티 등으로 미완성본 광고 영상이 퍼져나가자 배스킨라빈스는 트위터에 공식 입장문을 올렸다. 유포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팬덤은 즉각 반발했다. 최초 유포자가 배스킨라빈스 내부 관계자인지, 팬 중 한 명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세한 유출 경위를 조사하지 않고 법적 대응 방침부터 밝힌 것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팬덤 "티저 광고인 줄 알고 공유했다"

팬덤은 유출된 광고 영상이 티저 영상인 줄 알고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아이디 slowf*********는 "최초 유출한 자보다 그걸(유출본을) 티저로 알 수밖에 없는 소비자한테 사과 없이 책임 운운하며 엉뚱한 데 화풀이. 감정 섞인 공지 보고 배라에 대한 마음 아웃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디 nyu******는 "소비자한테 협박식 공지를 하다니. 아무것도 모르고 티저 영상인 줄 알고 즐긴 소비자를 이런 식으로 기만한다고? 굉장히 불쾌하다 배라"라며 불만을 표했다.

공식 입장문이 삭제된 후 올라온 사과문.

팬덤의 항의가 거세지자 공식 입장문은 게재된 지 몇 시간 안 돼 삭제됐다. 그리고 새로운 사과문이 올라왔다. 선의로 영상을 공유한 분에게 사과드린다는 내용이다.

배라 "미완성본 확산 막으려 빠르게 대응하느라..."

실제로 유출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배스킨라빈스는 20일, 홍보대행사를 통해 "내부 유출인지에 대해서는 저희도 확인하고 있다. 아직 밝혀진 건 없다"고 AP신문에 입장을 전했다. 

아직 밝혀진 게 없는데 첫 번째 공식 입장문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유출된 광고 영상이 확산되는 걸 막으려고 빠르게 공지하고자 트위터에 올렸다. 팬덤이 불쾌함을 느꼈다면 사과하는 게 맞아서 사과문을 올렸다"라고 말했다.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팬덤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아이디 btsb*******은 "선의로 공유한 분에게 심려 끼친 게 (정확한 문제가) 아니다. 방탄 팬덤 전체를 법도 모르고 세상일도 모르는 꼬맹이 취급하며 협박 글을 보란 듯 올린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위기 시 기업이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

스타트업 전문지 플래텀의 2017년 4월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PR 회사 에델만의 고영삼 차장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이야기했다.

▲ 항상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기업 입장만을 강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 미디어는 고객과의 소통 창구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에게 기업의 이야기를 전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배스킨라빈스의 경우 유출이 어떤 경위로 일어났는지 명확히 파악하기 전에 유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제일 먼저 내놨다. 기업의 입장만 강조한 것이다. 

공식 SNS는 고객과의 소통 창구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일방적인 입장을 고객에게 통보해 고객의 화를 키웠다. 

팬덤은 곧 소비자

또한 국내 기업은 스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그만큼 팬덤이 스타의 원동력이 된다. '내 스타'를 광고 모델로 만들기 위해 브랜드에 지속해서 요청하는가 하면 '내 스타'에 해가 되는 브랜드를 향해서는 불매 운동을 하기도 한다. 팬덤의 영향력이 광고 업계를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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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은 배스킨라빈스가 팬덤과의 유대를 쌓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디 hangs********은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이 광고한 브랜드가 정말 많은데 이렇게 시작부터 소비자 감수성 떨어지는 행보 보인 브랜드는 처음이다. 모델만 기용했다고 전부가 아니다. 타사가 마케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팬덤과 유대를 쌓아갔는지 필히 보고 배우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팬덤 마케팅을 공부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아이디 surp**********은 "팬에게 (광고 영상) 유출로 안타까움을 주고, 이후 공식 입장문으로 불쾌함을 넘어선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지금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팬덤 마케팅을 다시 잘 고민해 보시고 광고 캠페인 시작하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팬덤은 팬이자 소비자다. 팬덤의 마음을 등지는 건 소비자의 마음을 등지는 것이다. 팬과의 소통은 곧 고객과의 소통이다. 위기에 대응할 때도 소비자를 대하는 마음으로 팬덤을 대해야 팬덤이 브랜드를 등지지 않을 수 있다.

아이디 c_an***은 이번 사태를 두고 "망한 PR의 좋은 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지는 스타일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리한 강경 대응이 팬덤이 브랜드에 보내는 신뢰도를 깎았다.

배스킨라빈스는 "광고 콘셉트가 다른 브랜드 광고와 겹쳐서 아쉽다는 팬의 의견이 있었다. 최종 완성본은 새 콘셉트로 완성되는 건지, 미완성본을 완성해서 내보내는 건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미완성본을 완성해서 내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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