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가 기간: 3월 19일~25일

[AP신문=하민지 기자] 지난달에 공개된 코오롱의 CSR 광고입니다. 광고평론 28번째 기사에서 CSR 광고, 즉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광고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인쇄 광고입니다.

관련 기사

[AP광고평론 #28] SK하이닉스 - 코로나19 관련 광고인데 '거리 두기' 안 하는 이미지?

많은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기업은 앞다퉈 CSR 광고를 제작해 국민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광고는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웠다고 표현하며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미지로 인쇄 광고를 구성했습니다.

의미야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질병관리본부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전 국민에게 권유하고 있는 만큼, 시각적 이미지가 부적절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번 코오롱 광고도 현 시국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CSR 인쇄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이 광고는 SK하이닉스와 달리 광고를 극찬하는 평가와 창의성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사진 코오롱

평가가 엇갈린 이유는 광고에 나온 사칙연산입니다. 거의 전 국민이 다 아는, 익숙한 기호입니다. 이 기호 사용을 두고 평론위원의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그래서 창의성 점수는 양극단의 중간 점수인 3점입니다.


사칙연산 기호로 메시지가 완벽하게 전달됐다

먼저 이 광고를 극찬한 평가부터 보시겠습니다.

남택춘 위원은 이 광고의 모든 부분에 최고점인 5점을 주며 "메인 카피, 주제, 내용 전달, 이미지, 구도, 광고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까지 완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칙연산 기호로 이렇게 멋진 문구를 만들어냈다는 게 정말 놀랍도록 창의적이고 훌륭하다.

사칙연산 기호를 이용한 게 이전에 있었던 걸 비슷하게 차용한 게 아니고 광고 기획자 스스로가 창조해 낸 것이라면 전국 대회 1등으로 꼽아도 될 정도로 기막히다. 

광고의 내용은 물론 뒤에 보이는 의료 장갑을 낀 손과 맞잡은 일반인의 손 이미지마저도 최고다. 단 한 장의 인쇄 광고로 다 해냈고, 현 상황에서 국가 공인 공익 캠페인 광고로 쓰여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광고.

남택춘 위원

김다원 위원은 사칙연산 기호의 용이성에 주목했습니다. 김 위원은 "시민의 손과 의료진의 손을 맞잡은 모습을 배경으로,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사칙연산과 무한대 기호를 활용해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나가도록 독려하는 문구의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간결하지만 의미가 명확한 문구로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나가도록 힘을 주는 의미 있는 광고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문지원 위원은 문구 크기에 주목하며 "협동의 의미를 덧댄 각 기호와 모든 문장이 적절한 구성과 비율로 큼지막하게 구성돼 있어 시각적으로 안정감이 들고 공익적 메시지가 직관적으로 단번에 이해된다"라고 봤습니다.

정수임 위원은 문구의 단순함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코로나19 관련해 감성적으로 소구하는 방법이 단순하고 직접적이라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지금 시기에는 이처럼 단순하고 간결하게 핵심만 전하는 광고가 외려 반감을 줄이고 공감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칙연산 기호 활용은 흔해 창의적이지 못하다

반대로, 사칙연산 기호가 너무 흔하기 때문에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정화 위원은 "곱하기, 나누기 등 기호를 활용하는 방식은 광고에서 너무 많이 쓰여서 독창성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기업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건 좋은데,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어떤 방식으로 응원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서정화 위원의 평가처럼 실제로 사칙연산 기호는 여러 캠페인 광고에서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2012년 4월 11일 보궐선거에 출마한 제주도의원 양경택 후보의 선거운동 광고, 2017년 전북여성노동자회 캠페인 광고, 지난달 공개된 연천군 코로나19 캠페인 광고에서 사칙연산 기호가 쓰였습니다.

2012년 4월 11일 보궐선거 당시 제주도의원 양경택 후보의 선거운동 광고
 

2017년 전북여성노동자회 캠페인 광고
 

지난달 공개된 연천군 코로나19 캠페인 광고

민정화 위원은 "예전 아나바다 캠페인을 그대로 갖다 쓴 것 같아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운 광고"라고 봤습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줄임말입니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있었던 재활용 운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