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광고평론 #29] 바디프랜드 - 레트로ㆍB급 감성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민지 승인 2020.03.30 17:00 | 최종 수정 2020.03.31 11:02 의견 0


※ 평가 기간: 3월 19일~25일

[AP신문=하민지 기자] 레트로와 B급 감성 유행이 돌고 돌아 광고계에도 안착했습니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레트로ㆍB급 감성 코드를 활용해 광고를 제작했고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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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에 공개된 바디프랜드의 정수기 광고는 레트로와 B급 감성 둘 다 활용했습니다. 작년 말, SBS 유튜브 채널이 90년대에 방영했던 음악 프로그램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했는데, 그때 '탑골 레이디 가가'로 불렸던 가수 이정현(파인트리 엔터테인먼트)이 광고 모델로 등장합니다.

이정현은 전성기였던 90년대를 재현하는 의상을 입고 나타나, 당시 불렀던 노래 '와', '바꿔'를 개사한 CM송을 부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의 속물들이야"라는 가사는 "너 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에 그냥 물이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정현은 노래합니다. "바꿔, 바꿔, 정수기 다 바꿔" 

'바꿔'를 개사한 CM송을 부르고 있는 가수 이정현. 사진 바디프랜드


이렇듯 바디프랜드 정수기 광고에는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 되레 세련돼 보이게 하는 뉴트로, 좋은 스토리텔링보다는 황당함을 유발해 웃음을 자아내는 B급 감성이 모두 녹아있습니다.

누리꾼은 "대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세기말 감성 그대로 ㅋㅋㅋ", "집에서 TV를 보다가 2분간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광고라니"라는 반응을 보이며 광고를 재미있어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공개된 후 매출도 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판매량이 2~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도 바디프랜드의 이런 시도를 획기적이라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레트로와 B급 감성 효과가 100% 발휘되지는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인 별점도 중간 점수인 3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수기 광고에서 레트로 시도, 대담하고 획기적

레트로 코드를 활용한 것에 대해서는 대담하고 획기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레트로 코드를 살리기 위해 모델로 가수 이정현을 기용한 것에 대해서도 적절하다는 평입니다.

서정화 위원은 광고의 타깃과 레트로 감성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습니다. 서 위원은 "실제로 정수기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30대 이상 타깃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추억의 스타 이정현을 광고 모델로 선정한 것이 새로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최고의 히트곡을 (CM송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타깃층이 광고를 재미있게 볼 것 같습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영상 광고를 활용한 인쇄 광고. 사진 바디프랜드


남택춘 위원 또한 "바디프랜드가 뉴트로 열기가 식기 전에 발 빠르게 광고를 제작했다. 광고 모델로 '탑골 레이디 가가'라 불리는 이정현을 기용해 재미있으면서도 참신한 광고를 만들어 내 훌륭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테크노 전사라 불렸던 이정현의 트레이드 마크를 적절하게 잘 살린 연출과 (이정현의 히트곡을) 개사한 CM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어 끝까지 보게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와'를 개사한 CM송을 부르는 이정현. 사진 바디프랜드


문지원 위원은 이 광고를 두고 "대담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문 위원은 "그동안 성능, 디자인 등 제품의 정보 전달에 치우쳤던 일반적인 정수기 광고와 완전히 다른 노선을 취하고 전혀 다른 콘셉트를 추구한 대담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광고"라며 광고의 참신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문 위원은 또 "가사를 통해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90년대를 겪은 사람이라면 향수에 젖을 수밖에 없는 이정현의 노래를 통해 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광고다"라고 봤습니다.

레트로ㆍB급 감성 코드에만 치우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정보도 잘 전달했다는 평입니다.

사진 바디프랜드


김다원 위원도 문 위원처럼 기존의 정수기 광고와 바디프랜드 광고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김 위원은 "그동안의 정수기 광고는 깨끗한 수질을 강조하는 차분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광고는 정반대로, 미래 느낌을 주는 CG 장면을 통해 시청자에게 '이게 무슨 광고지?'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은 "상식을 뛰어넘는 B급 광고가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바디프랜드는 나름대로 획기적인 시도를 한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이정현은 전성기 시절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모습으로 광고에 등장했다. 사진 바디프랜드


이정현은 최근 KBS 2TV 예능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야식 '마불면'을 만들었는데, 이 장면은 분당 시청률이 9.9%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정수임 위원은 이정현의 이 같은 평소 이미지를 언급하며 광고 모델 기용에 신뢰가 간다고 평했습니다.

정 위원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음식에 일가견을 드러내 화제를 모은 이정현이 메인 모델로 등장해, 정수기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와 높은 신뢰도가 느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콘셉트 너무 강해 정수기 기억나지 않는다

반면 레트로와 B급 감성을 활용한 콘셉트가 너무 강해, 광고를 다 보고 나면 정수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정화 위원은 "콘셉트가 너무 강해서 디자인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광고가 끝나갈 무렵 레드닷 어워즈를 수상했다는 것을 봤고, 뒤늦게 제품의 디자인을 봤지만 제품보다는 이정현이 기억에 더 남았습니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예쁘고 제품의 기능도 좋다고 설명해 주는 가사를 (CM송에) 넣었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라고 제언했습니다.

사진 바디프랜드


문지원 위원 또한 강한 콘셉트를 지적하며 "과도한 콘셉트가, 소비자가 당혹스러움과 의아함을 갖게 할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민정화 위원은 창의성 부분을 눈여겨봤습니다. 민 위원은 "B급 감성을 노린 것 같으나 새로움이나 신선함이 없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정수임 위원은 "기존의 노래를 광고에 맞게 개사해 부르는 방식이 올드하다"고 이야기하며 "전반적으로 레트로 코드를 100% 잘 활용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 아쉬웠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 바디프랜드


레트로는 과거의 것을 다시 가져오는 일이지만 그냥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현대에서 익숙하고도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창의성이 있어야 하므로, 민 위원과 정 위원의 지적은 광고계에 필요하고도 중요한 조언일 것입니다.

■ 크레딧
▷ 광고주: 바디프랜드
▷ 대행사: 바디프랜드
▷ 제작사: ATEAM, 쟈니브로스
▷ 모델: 이정현
▷ 편집자: 송용우
▷ 2D(TD): 임진우, 정지민, 한상준, 김진희, 김채린, 노진경, 최미리
▷ NTC: 더리메이드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위원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이 전해주는 광고 트렌드와 깊이 있는 광고계 전문 지식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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